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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72년 만에 발견된 '신비의 새'..."멸종되지 않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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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840년대 나폴레옹의 조카인 생물학자 샤를 루시앙 보나파르트는 동인도를 탐험하던 중 갈색과 회색 깃털을 가진 ‘신비의 새’ 한마리를 잡았다. 그는 처음 본 이 새에게 ‘Black-browed babbler’(검은눈꼬리치레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이 새는 1848년 단 한마리의 표본만 남긴 채 그 뒤로 다시는 야생에서 발견되지 않았기에, 조류학자들에게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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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마리 남았던 검은눈꼬리치레과 새의 박제 표본(왼쪽)과 지난해 10월 발견된 모습. /트위터 @CrazyBirdGuy14


2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약 172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신비의 새’가 다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르네오섬 인도네시아령 남부 칼리만탄에 사는 무하맛 수란토와 무하맛 리즈키 파우잔 등 두 명의 현지인은 지난해 10월 우연히 새 한마리를 붙잡은 뒤 사진을 찍고 날려보냈다. 이들은 사진을 조류 관찰단체에 전달한 결과, 자신들이 172년 전 사라진 줄 알았던 새를 발견한 사실을 알게 됐다.

리즈키 파우잔은 “우리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 새를 찾아냈다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그저 이전에 잘 보지 못한 새를 본 것이라고 여겼을 뿐, 그렇게 특별한 새인 줄 몰랐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인도네시아 조류학단체 ‘버드패커’ 연구원인 판지 구스티 아크바르는 “사진 속의 새가 바로 그 새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은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과 같았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그는 “이제 우리는 이 새가 보르네오섬 남동쪽에서 자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놀라운 발견 덕분에 한 세기 넘게 이어져 온 혼란이 종식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진 속 새와 표본을 비교해보면 색깔과 다리 등에서 몇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이제 새의 생김새를 확실히 알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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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보르네오섬 인도네시아령 남부 칼리만탄에서 발견된 검은눈꼬리치레과 새. / 트위터 @CrazyBirdGuy14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는 1700종 이상의 조류가 살고 있으며 아직 전혀 연구되지 않은 새들도 있다. 지난 한해에만 인도네시아의 탈리아부섬, 펠렝섬, 바투다카섬에서는 5종의 새로운 명금류와 5종의 새로운 아종이 발견됐다.

조류 전문가들은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이 개발 광풍에 의해 빠른 속도로 파괴되어 가고 있는 와중에도 검은눈꼬리치레과 새가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점에 감격해하고 있다.

국제 생물보호단체인 ‘버드라이프인터내셔널’의 딩 리 용은 “검은눈꼬리치레과 새가 마지막으로 발견됐던 때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아직 출간되기도 전이었고, 지금은 멸종된 나그네비둘기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새일 때였다”며 “아직도 보르네오섬 열대우림의 깊숙한 곳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채로운 생물들이 살고 있을 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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