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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전국민 줄때 14조였는데, 선별지원에 2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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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직전 역대최대 재난지원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8일 고위 당정(黨政) 협의회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의 ’19조5000억원' 4차 재난지원금을 편성해 최대 600만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전(全) 국민 지급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이 나왔다. 모든 국민을 지원 대상으로 했던 작년 5월 1차 지원금 때 14조원가량이 투입됐는데, ‘선별 지원’이라는 4차 지원금 규모가 이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도 노점상, 법인 택시기사, 저소득 대학생 등으로 3차 지원금 때보다 200만명 정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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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맨 왼쪽) 경제부총리와 정세균(왼쪽에서 둘째) 국무총리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黨政) 협의회에 참석해 이낙연(왼쪽에서 셋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4차 재난지원금 지원안 발표를 듣고 있다. 정 총리는 “당장 민생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데 당정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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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번 4차 지원금에 드는 추경 예산 상당액을 국채(國債) 발행에 의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민주당은 19조5000억원 중 기존 예산안에 포함된 4조5000억원 외에 15조원의 추경 예산안을 편성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밀한 피해 규모 파악도 없이 ‘돈 뿌리기’를 한다”며 “나랏돈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부·여당의 속임수”라고 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4차 지원금이 지원 대상도, 지원금 규모도 이전보다 대폭 확대됐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버팀목 플러스 자금’을 지급하고 지원 범위를 근로자 5인 이상 소기업까지 넓혔다. 일반업종 매출 한도 기준은 기존 4억원에서 10억원까지 상향 조정하고, 1인이 운영하는 다수 사업체도 지원한다. 임시일용직 등에게는 50만원의 한시생계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당초 포함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노점상을 이번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50만원이 지급된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27일 소상공인 온·오프라인 간담회에서 “상인회에 들어간 전국 4만여 노점상을 이번 지원 대상에 넣은 게 가장 획기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이들을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자영업자들의 분노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세금을 낸 이들에 대한 사실상의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노점상은 우리와 달리 임차료도 내지 않는다”는 불만도 내비쳤다. 부모가 실직·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에게 특별근로장학금 형태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정말 도움이 절실한 사람을 가려낼 방법이 무엇이냐” “표를 의식한 지원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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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4차 재난지원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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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금에 합의했다며 성과를 자축했다. 이낙연 대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애를 많이 써줘서 전례 없는 재난 지원이 이뤄지게 된 걸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고위 당정 협의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민주당의 강한 요구로 신속한 지원금 편성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세균 총리는 “한마디로 ‘이낙연표 추경’”이라며 “정말 큰 열정으로 푸시(압박)를 해줘 합의에 이르렀다”고 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지원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대상은 최대화하기 위한 당의 요청을 반영해 큰 규모로 편성됐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 입장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이어 4차 재난지원금으로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4차 지원금 지급 시기도 4월 7일 재보궐선거를 앞둔 3월 말로 앞당기겠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번 주 안에 국회에 추경안이 제출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심사해서 하루라도 빨리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원금이 3월 말부터 지급될 수 있도록 신속히 심사에 돌입하겠다”며 “정부는 지난 세 차례 지원금 지급 경험을 충분히 활용해 4차 지원금이 3월에 지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4차 지원금을 재보궐선거 직전에 지급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4차 지원금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겠다고 하면서, 홍남기 부총리와 재정 당국은 결과적으로 민주당 요구를 대폭 수용한 셈이 됐다. 홍 부총리를 필두로 재정 당국은 대규모 지원금 지급이 국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왔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국채 발행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미래 세대 부담이 될 국채 부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국민이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인 만큼 당장의 민생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데 당정이 의견을 같이했다”며 “대부분 재원은 추경 예산으로 편성하되, 가용한 기존 예산도 충분히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4차 지원금이 제대로 편성될 수 있도록 국회 추경 심사에서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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