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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수사기관 쪼개면 檢,권력시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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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

조선일보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은 2일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 등 이른바 ‘검찰 개혁’에 대해 “부패 범죄 수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검찰의 시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소법학회는 이 분야 법학자 500여명이 소속된 국내 형소법 분야의 대표적인 학회다. 정 회장은 “여당이 추진하는 지금의 ‘수사기관 쪼개기’ 방식은 오히려 국가 치안 수준을 떨어뜨릴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회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권력형 범죄 수사는 각종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강력한 수사 주체가 전제돼야 한다”며 “기소권만 가진 검찰은 사정(司正)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을 쥐게 될 공수처·수사청·경찰은 효율적인 부패 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3급 이상은 공수처, 5급 이하는 경찰' 식으로 대상 공무원 급수에 따라 수사 기관을 쪼개 놓으면 다수가 연루된 범죄의 경우 일관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케이스”라고 했다.

“수사·기소권 분리는 세계적 추세”라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OECD 35개 국가 중 어느 나라도 수사와 기소를 전적으로 분리하는 곳은 없다”며 “여권의 주장은 거짓말일뿐더러 자기모순”이라고 했다. 자신들이 만든 공수처는 수사·기소권을 모두 보유하는데, 이에 대해선 침묵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에 따르면 유럽 평의회 소속 46국 중 33국(72%)의 검찰이 기소권과 직접 수사권을 동시에 갖고 있다. 검찰에 영장 청구권이 부여된 나라도 35국(76%)이다.

정 회장은 “검찰 권력에 대한 통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합리적인 방식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안하는 것은 미국식 ‘대배심’(grand jury) 제도의 도입이다. 대배심제는 중범죄에 대해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대배심제는 검사의 ‘기소 독점’을 깰 수 있고 검찰에 대한 통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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