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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가덕도 땅 80%, 외지인들이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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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후보 거론된 2009년 이후 거래된 토지 83%, 외부서 매입

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부산 가덕도의 전체 사유지(私有地) 중 80%가량을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2일 나타났다.

조선일보

국토교통부가 가덕도신공항을 만드는 데 최대 28조6000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21년 2월 24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를 드론을 이용해 360도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은 모습/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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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가덕도 전체 면적 2457만1238㎡ 중 국유지 등을 제외한 사유지는 858만6163㎡(약 260만평)이다. 이 가운데 677만782㎡(약 205만평), 전체 사유지의 78.8%를 가덕도 거주민이 아닌 섬 밖 외지인이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덕도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땅은 181만5381㎡(21.14%)에 불과했다.

가덕도 내 사유지 중 가장 넓은 땅 21만9769㎡(약 6만6600평)를 소유한 사람은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부산 해운대구 거주자가 약 1만8805평, 경남 거제시 거주자가 약 1만4900평, 경남 통영시 거주자가 약 1만2740평을 보유 중이다. 일본 지바현 사쿠라시에 사는 일본인도 약 1만2650평을 소유해 전체 가덕도 사유지 중 다섯째로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의 부동산 투자 열기는 국토연구원이 가덕도를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발표한 2009년 4월부터 달아올랐다는 것이 주민들 얘기다. 실제 2009년 4월 이후 거래된 가덕도 사유지 83%는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개인이 아닌 법인(法人)이 매입한 토지 70군데 가운데 36곳은 ‘부동산 법인’이 주인이었다. 신공항 개발 특수를 노린 외부 투기 자본이 대량 유입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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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들은 신공항 후보지, 공항 연결로, 시가지, 해안선 일대의 노른자위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들은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로 거론되는 부산 강서구 대항동 인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장조카인 오치훈 대한제강 사장은 2005년 대항동 토지 1488㎡(450평)를 취득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이보다 앞선 2004년 부산시장 후보 시절부터 신공항 건설을 대표 공약으로 내놨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 이 땅은 최근 1년 사이에 시세가 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가덕도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문재인 대통령부터 당정청 인사들이 줄줄이 가덕도에 찾아가면서 땅값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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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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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보상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지면서 세입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겼다. 가덕도 주민인 A씨는 최근 집주인에게서 “나가 달라”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 사태로 마땅히 이사할 곳을 구하지 못하자, 월세계약이 끝난 시점부터 1년간 더 살기로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주인 측이 “구청에서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 전화가 걸려오니 집을 비워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집주인은 가덕도에 주소만 올려둔 채 다른 지역에 실거주하는 위장 전입 상태라고 한다. A씨는 “가덕도 신공항 보상이 무엇이기에 갑자기 실거주 증명을 하겠다면서 우리 식구들을 내모는 것이냐”고 했다.

야당 일부에선 “토건을 적폐로 몰고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는 것이 모순”이라고 했다. 윤한홍 의원은 “신공항을 가덕도에 만들면 부산이 발전하고, 김해에 만들면 부산이 발전하지 못하느냐”며 “정부가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가덕도를 투기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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