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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고교생 등 1000여명 동원해 수십억 ‘지역화폐 깡’ 일당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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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QR코드를 이용해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장면.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지방자치단체에서 모바일(QR코드) 방식으로 발행하는 지역화폐의 구매 비용이 액면가보다 10% 저렴한 점을 노려 수십억원을 허위결제 해 차액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조직폭력배 등을 모집책으로 동원해 같은 지역 고등학생들을 비롯한 1300여 명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보조금관리법, 지방재정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A씨와 모집 총책을 맡은 조폭 B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중간 모집책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A씨 일당은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QR코드 사용 방식의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경기와 충남, 울산 지역에 각 2개씩 유령업체 6곳을 등록한 뒤 지역화폐 47억5000만원 상당을 허위 결제해 할인액 10%에 해당하는 4억7590만원 상당 보조금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일당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구입자에게 인센티브로 결제 액면가의 10%를 추가로 제공하는 점을 악용했다. 모바일 상품권과 QR코드를 이용해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B씨 일당은 대전과 충남, 전북지역의 조폭들을 동원해 지인과 지역 후배 등을 다단계 방식으로 모아 고등학생 200여 명과 무직 청년 등 1330여 명을 모집했다. 이어 이들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1인당 구매 한도액인 50∼100만원어치의 지역화폐를 사들였다.

모집한 고교생 등에게는 사전에 돈을 입금해주고 따로 QR코드를 보내는 방식으로 결제를 지시했다. 이들 학생은 지역 선배인 조폭들의 강요로 휴대전화를 빌려줬을 뿐 실제 범행에 가담하거나 금전을 빼앗기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단 이들은 비어있는 사무실에 10만원 남짓의 가계약금만 걸고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이들은 이 계약서를 토대로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을 낸 뒤 곧바로 지자체에 지역화폐 가맹 신청을 냈다.

서류상 업종은 화장품판매업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매장은 상품도 없이 텅 빈 상태로 방치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는 실사 등 절차 없이 이들이 낸 서류만 보고 가맹 허가를 내줬다.

결제는 매장별로 부여된 QR코드를 사용했다. 이들은 해당 QR코드 이미지를 복사해둔 뒤 매장 방문 없이 휴대전화로 모바일 상품권을 원격 결제했다.

지역화폐가 특정 가맹점에서 다수 이용자에 의해 최고 한도액으로 집중 거래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이들의 계좌를 추적했다. 이후 자금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지난해 8월 A씨를 검거해 구속하는 등 관련 수사를 이어왔다.

범죄수익 4억7000만원을 거둬들인 A씨 일당은 총책과 자금책 등이 3억원을 나눠 갖고 하부 조직원들에게는 1억7000만원을 분배 지급했다고 한다. 나눈 돈은 인터넷 도박과 수입차 렌트 비용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확인된 유령업체에 대한 지역화폐 가맹 등록을 취소하고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 환수 조치할 예정이다.

현재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는 전국 221곳이고 이중 QR코드 사용 방식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는 79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범인들은 특정 가맹점에서 최고 한도액을 집중적으로 결제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를 했으나 시스템상으론 잘 걸러지지 않았다”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공유해 비슷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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