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돌연 국회의원직 사퇴를 택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의원직을 승계받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제기한 ‘사퇴압박설’에 대한 반박차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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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오른쪽)과 그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비례대표직을 이어받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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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 후보가 말한 낭설도 일부 인터넷에서 몇 사람이 한 이야기를 어느 신문이 악의적으로 기사화하고 다시 퍼뜨리는 이런 언론문화와 연관 없지 않다”며 “나 후보께서는 말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귀를 닫아주시고 정론에 입각해서 말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전날 김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사실 21대 국회 초반부터 김 의원 사퇴 압박이 거셌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의원직을 양보하라는 식이었다”며 “결국 일은 이들의 계획대로 잘 풀렸다. 도저히 합리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라고 비판했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순번 3번인 김 의원이 당선되자 일부 극성 친문 지지층에선 “4번인 김 전 대변인에게 승계하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날 회견에선 김 전 대변인을 상대로 부동산 투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다시 나왔다. 김 전 대변인은 “제가 정식으로 등원한 것이 아닌 보조적 입장에서 (회견에) 나왔기에 제 문제는 따로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반응했다. 김 전 대변인은 2018년 7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구역에 상가주택을 매입한 뒤 2019년 12월 매각해 8억8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관리심사위원회가 검증 보류를 여러 차례 반복하자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열린민주당에 합류해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신청해 4순위에 그쳐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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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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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사퇴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단일화에서 지지율과 당세가 턱없이 밀리는 김 의원이 꺼낸 승부수다. 오는 18일까지 박 전 장관과 일대일 토론회를 세 차례 벌이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김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박영선 후보와 제가 서서 수트를 쫙 빼입고 토론하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시청률이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서울선거기획단 소속 의원은 “냉각기가 필요하다”며 “당 차원에서 단일화 기한과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냉각기를 가져야 한단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치킨게임’ 을 하자는 상대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국회의원이든 어떤 직이든 임기를 채우는 게 기본이고, 부득이하게 사퇴해야 했다면 국민에 사과하는 게 도리”라며 “나눠먹기식으로 비례승계를 보는 국민 시각이 따뜻하지 않은데 단일화를 서둘러 추진하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극성 친문재인 지지층이 장악한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김진애 의원이 대체 누군데 우리 후보를 흔드냐”는 불만 섞인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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