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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윤석열 대구행, 두마리 토끼?…'여론전+정치적 존재'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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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靑 경고에도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비판강도 더세져

보수심장 대구방문에 지지자들 환호…정계진출 질문엔 말아껴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등검찰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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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구=뉴스1) 장은지 기자,윤수희 기자 = 청와대가 자제하라며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은 검찰 존폐가 달린 일일 뿐 아니라 헌법정신 위배라는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174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입법을 밀어붙인다면 사실상 막을 길이 없기에 대국민 여론전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3일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여권의 중수청 설치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이 말한 뒤 "이는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직을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결기를 드러낸 윤 총장은 이날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입장을 직접 재확인했다.

그는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에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면서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에서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수사·기소 분리가 결국 검찰 폐지이고, 이로 인해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면 국민들 피해만 커진다는 걸 반대 명분으로 내세웠다.

윤 총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여권을 향해 "나를 내쫓고 싶을 수 있다"며 "다만 내가 밉다고 해서 국민들의 안전과 이익을 인질 삼아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반감과 국가 수사시스템을 흔드는 일을 구분해야 하며, 검찰의 수사권 박탈 시도는 여권이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인질삼는 것이란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라며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도 다시 표명했다.

청와대는 윤 총장의 공개 반발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윤 총장에 경고장을 날렸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윤 총장의 정면대응에 "국민을 선동하는 윤 총장의 발언과 행태에 대해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이날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좋은데 이렇게 언론과 대화하니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며 "좀 부드럽게 말씀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좀 있다"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임기가 4개월 여 남은 윤 총장이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없기에 국민을 향한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이날 대구 방문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정치적 존재감도 도드라지게 부각시켰다.

각종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3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 총장의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듯 이날 대구지검 앞에는 윤 총장이 도착하기 전부터 많은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꽃다발을 든 지지자들은 윤 총장의 방송 인터뷰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윤 총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를 찾은 윤 총장은 "제가 27년 전에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첫 시작한 초임지"라며 "몇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한 1년간 저를 따듯하게 품어줬던 고향이다. 떠나고 5년 만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계 진출을 묻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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