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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쿵'…사망 당일, 덤벨 떨어지는 소리 들려”…정인양 이웃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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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3일 정인양 양부모 세 번째 재판 열려

‘아랫집 주민’ 증인 출석…“사망 당일 ‘쿵’ 소리 들어”

살인 혐의 또다시 부인…정서적 학대 등 일부는 인정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해 입양 이후 지속적으로 양부모의 학대를 당해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영아 정인(입양 전 본명)양이 사망하던 날, 집에서 무거운 아령을 떨어뜨리는 듯한 소리와 울림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법정에선 정인양이 차 안이나 집에 홀로 방치되거나 건강 상태가 점차 나빠졌다는 진술도 잇따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3일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35)씨와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38)씨의 공판을 열었다. 지난 1월 13일과 2월 17일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공판으로, 증인 신문 등 재판 절차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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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 생후 16개월 된 딸을 학대 치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모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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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주민 “사망 당일, 덤벨 떨어뜨리는 소리 들려”

이날 오후 공판엔 정인양 양부모가 사는 아파트 집 아래층에 거주하는 주민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지난해 5월쯤 장씨 가족이 이사 온 뒤 빵을 사 들고 자신의 집에 찾아와 ‘아이들이 있어서 층간 소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며 “그 이후엔 왕래하면서 지내진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정인양 사망 당일이던 지난해 10월 13일 오전 장씨 집에서 나는 큰 소리를 여러 차례 듣고 윗집에 올라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당시 났던 소리를 “헬스장에서 무거운 덤벨을 들었다가 바닥에 놓았을 때 나는 ‘쿵’하고 울리는 소리”라고 설명하면서 “4~5번 이상 같은 소리가 났는데,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와는 완벽히 다른 소리였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층간 소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위층으로 올라가 장씨를 만났다. A씨는 “장씨가 문을 살짝 열어주고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죄송하다고 했다”며 “장씨에게 혹시 부부싸움을 하느냐며 대신 신고해주겠다고도 했지만, 장씨가 아니라면서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다’는 말만 계속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A씨는 장씨 큰딸로 보이는 아이를 봤다고도 했다.

A씨는 그날 이전에도 장씨 집에서 고성을 들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 전후로 악을 쓰면서 소리를 지르는 여자의 고성과 벽이 울릴 정도로 어떤 물건을 던지는 소리를 들었다”며 “부부싸움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시 돌이켜 보니 남자 목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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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입양부모 5차 공판이 열리는 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이 사진을 보며 기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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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모 지인 “정인양, 집이나 차에 방치…건강 상태 악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공판엔 장씨와 함께 입양가족 모임에 참가했던 지인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B씨는 지난 2019년 입양가족 모임을 통해 장씨를 만난 뒤 15차례 정도 따로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B씨 역시 앞선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처럼 정인양이 학대당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법정에서 털어놓았다.

B씨는 “장씨가 정인양을 5차례 정도 데리고 나오지 않았는데 주로 어린이집에 있다고 했다”며 “집에 있다고 한 적도 있었는데, 아이가 3시간 이상 집에 혼자 있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장씨가 휴대전화 앱으로 실시간 확인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장씨와 카페에서 만났을 때 장씨가 정인양을 차 안에 내버려둔 적도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또 B씨는 지난 9월 정인양을 만났으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 고기반찬 등을 먹이라고 잔소리했지만, 장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B씨는 “간이 강하지 않은 고기반찬이 있어 ‘(정인양에게) 먹이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장씨가 ‘밥만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친밀하지 않아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B씨는 또 정인양의 건강 상태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안 좋아 보였다고 언급했다. B씨는 정인양에 대해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다른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얼굴도 하얗고 포동포동하고 예뻤다”면서 “8월 이후 한 달 만에 본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본 아이 얼굴이 어두웠고 너무 까매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이날 장씨 측은 정인양에 대한 일부 학대와 정서적 학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장씨 측은 “장씨가 맹세코 늑골(복부)을 밟은 적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장씨는 정인양의 발로 복부를 밟은 적도 없고, 그 밖의 행위를 인정한다고 해도 장씨는 당시 정인양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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