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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하교 후 원격수업 들으라는 학교…학부모 “무늬만 매일 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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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1학년도 초등학교 한 신입생이 지난 2일 오전 부산 동래구 내성초등학교에서 아빠와 함께 등교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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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직장맘 최모(39‧경기 광명)씨는 새 학기 첫날인 2일부터 아이 돌봐줄 사람을 찾느라 애먹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초등 1·2학년은 매일 등교하지만, 등교날에도 오후 수업은 집에서 원격수업으로 진행돼서다. 이 학교는 1·2학년도 4교시까지 학교에서 수업하고, 5~6교시는 가정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점심 이후부터는 누군가 돌봐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씨는 이런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개학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지난달 24일에서야 받았다. 그때부터 발을 동동 굴리며 아이 맡아줄 사람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학교 돌봄교실도 2학년은 이용할 수 없고, 학원도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최씨는 “하루 1~2시간 돌봄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모르겠다”며 “올해부터 학교 가는 횟수를 늘린다더니 무늬만 매일 등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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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초등학교 한 신입생이 지난 2일 오전 부산 동래구 내성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단임선생님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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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등교' 한다더니…학교선 '원격수업 병행'



정부가 올해부터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학습결손 막기 위해 초1~2 매일 등교 방침을 밝혔지만, 일부 학교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기도 학교 중에는 초1~2를 대상으로 1~4교시는 학교에서 수업하고, 5~6교시는 집에서 원격수업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방역 강화를 위해 초1~2도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학교가 적지 않다”며 “아이가 급식을 먹지 않고 하교하기를 바라는 학부모가 많아 오후 수업은 어쩔 수 없이 원격수업을 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학교도 적지 않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원격수업 시 원칙적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도록 권고했지만, 새 학기 첫날 대부분 학교가 동영상을 틀어주는 수업을 했다. 초등 3학년인 김모(39‧서울 은평구)씨의 딸도 이틀 연속 1~2교시는 ‘e학습터’ 동영상을 시청하고, 3~4교시만 ‘줌(ZOOM)’으로 교사와 쌍방향 수업을 했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년차이기도 하고 정부에서 원격수업 질을 높인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며 “1~2학년처럼 매일 학교에 가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수업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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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초·중·고교 신학기 첫 등교가 시작된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온라인으로 학부모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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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날도 급식준다는 정부, 학교는 난색



정부가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도 희망할 경우 급식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실제 학교에 적용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학교는 아직 준비가 안됐거나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 등으로 급식 제공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밥을 먹으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까 감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저소득층 식사가 문제라면 도시락 같은 간편식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는데 왜 굳이 급식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상윤 서울 봉은초 교장(한국초등교장협의회장)도 “희망급식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원격수업 듣는 학생이 학교에 오면 등교와 급식을 지도할 교사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인력 보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식 실시는 감염과 안전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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