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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적과의 동침' 백신 속도전…바이든 "5월까지 모든 성인에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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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세번째 긴급승인 허가한 얀센 백신

생산 차질에 백악관, 경쟁사 머크 투입

"세계 최대 제약사 협업…2차대전 때 모습"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5월 말까지 모든 미국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충분한 백신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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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더 빠르게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다시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백신 효능을 유지하기 위한 2~3회차 추가 접종(booster shot)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기존 예상치보다 더 많은 백신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각국의 백신 확보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5월 말까지 모든 미국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충분한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거주 성인 2억 6000만 명분의 백신 확보 목표 시점을 기존에 제시했던 7월 말에서 두 달 앞당긴 것이다. 이를 위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세 번째로 긴급사용승인(EUA)을 허가한 존슨앤존슨의 얀센 백신을 경쟁사인 머크가 일부 생산하도록 했다.

백악관은 얀센 백신 공급이 지연되자 물량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머크가 생산에 참여하도록 주선했다고 밝혔다. 머크가 생산할 물량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경쟁해 온 두 제약회사가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미국 내 백신 수급 현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경쟁사가 한 제품을 나눠 만드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자인 세계 최대 제약회사 가운데 두 곳이 백신에서 함께 일하게 됐다"면서 "2차 세계대전 때 봤던 기업 간 협업 형태"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머크에 연방 예산 2억6880만 달러(약 3015억원)를 지원해 필요한 생산 설비를 갖추도록 했다. 이에 필요한 장비와 재료를 머크가 우선 확보할 수 있도록 국방물자생산법까지 발동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인 1월 말 얀센 백신 생산에서 차질이 빚어졌음을 파악했다. 공무원들은 전국을 샅샅이 뒤져 백신 생산을 맡아줄 곳을 찾았고, 머크가 낙점됐다. 머크는 홍역·볼거리·풍진 같은 어린이 필수 접종 백신의 유일한 공급자이며, 2019년 에볼라 백신 개발에도 성공한 백신계 최강자다. 단 코로나19 백신은 임상 1상에서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아 1월 말 개발 중단을 선언한 상태였다.

존슨앤존슨은 당초 이달 말까지 미국 정부에 백신 3700만 회분을 공급하기로 돼 있었지만, 그 절반 수준인 2000만 회분 밖에 공급하지 못한다고 지난주 하원 청문회에서 밝혔다. 백악관은 머크가 합류하면 5월 말까지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까지 세 종류 백신 총 6억 회분 확보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이내 1억 회분을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머크는 미국 내 공장 두 곳에서 얀센 백신을 생산할 예정이다. 한 곳에서는 존슨앤존슨이 생산한 백신을 병에 채워 넣어 포장 및 출하((fill-finish)하는 작업을 하고, 다른 곳에서는 백신을 직접 생산한다. 병에 채워 출하하는 공장은 필요한 장비를 갖추기까지 최소 2개월, 백신 제조 공장은 그 이상 걸릴 예정이라고 미 공영라디오 NPR은 전했다.

따라서 머크의 긴급 투입은 하반기 이후 안정적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WP는 전했다. 올해 중반께 미국 거주 성인이 모두 백신 접종을 마친 뒤에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부스터 샷' 필요성 때문에 계속해서 백신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회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세 번째 접종이 필요한지 시험 중이고, 1회 접종하는 얀센 백신도 두 번째 접종이 백신 효능을 더 높이는지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접종 시작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언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년 이맘때쯤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연말 크리스마스 때쯤"이라고 말한 데서 석 달여를 늦췄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성인이 백신 접종을 끝내더라도 재확산 위험이 남아있으므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텍사스주와 미시시피주는 이날 주민들의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하고 모든 사업장 문을 완전히 열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학교가 문을 열 수 있도록 주 정부에 교사의 우선 접종을 권고하고, 연방 정부 운영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사 단체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일부 주 정부는 건강하고 젊은 교사가 고령자나 기저 질환자에게 우선 돌아가야 할 몫을 빼앗는다며 부정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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