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6 (목)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대피소 서버로 숨은 ‘#박사방’…집중 단속 뜨자 ‘1 대 1 거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디스코드로…자리 옮겨간 성착취 영상 거래

[경향신문]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800여명 참여한 한 서버엔
불법촬영물 추정 항목 수두룩
단속 피하려 문화상품권 거래

경찰 위장잠입 수사 법제화에
게시물 내리고 “디엠 달라”

과거 텔레그램에서 주로 거래되던 성착취 동영상이 게임용 음성 채팅 메신저인 ‘디스코드’를 통해 여전히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경찰이 디스코드를 통해 유통되는 불법촬영물을 근절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일 오후 2800여명이 참여하는 디스코드의 한 서버(방)에는 불법촬영물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판매 목록에는 ‘중·고딩, 2만원, 300개’ 등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로 추정되는 항목도 있었다.

운영자는 “구매 방법은 간단하다. 문화상품권 번호를 확인한 후 (불법촬영물이 들어 있는) 메가클라우드 링크와 암호를 드린다”고 공지했다. 구매 후기 게시판에는 “가성비가 좋아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세간에 ‘n번방’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박사방’ 등에서 유통되던 성착취물을 판매한다고 홍보하는 서버도 있었다. 지난달 24일 기자가 접속한 디스코드의 한 서버는 ‘박사방 자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을 공지로 띄워놓고 영업하고 있었다. 운영자는 “(박사방에 있었던) 연예인(영상)도 따로 보유 중이고 레전드들이 진짜 많다”고 공지했다. 또 다른 디스코드 서버에는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얼굴 합성 변조 기술), 연예인, 합성짤 등등 매우 많다”고 홍보하는 게시물도 눈에 띄었다.

경찰 수사를 회피하는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일부 서버는 경찰 수사로 인한 ‘방폭’(서버 제거)에 대비해 이른바 ‘대피소 서버’를 운영 중이었다. 경찰이 사이버 성폭력 불법 유통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1일 디스코드에는 “내일부터 단속 때문에 잠시 야동(음란물)을 내리려고 합니다. 다이렉트 메시지를 주시면 야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경찰 단속을 피해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디스코드 서버에서 불법영상물을 게시하는 대신 ‘1 대 1’ 거래를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디스코드는 성착취 동영상의 온상인 텔레그램을 상대로 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지난해 3월부터 이용자들이 옮겨간 해외 메신저 중 하나다. 국내 게임 유저들에게 인기 있는 메신저로 알려져 있다. 당시 경찰은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마다 담당하는 지방경찰청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는데 디스코드 수사는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전담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해 4월 디스코드에서 성착취 동영상을 사고판 중·고등학생 8명을 포함해 총 10명을 검거했지만 범행을 뿌리 뽑지는 못했다.

올 들어 경찰은 재차 불법촬영물 유통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지난 1일 “올해 10월까지 수요와 공급 요인 원천 차단을 목표로 사이버성폭력 불법 유통망과 유통사범을 집중 단속한다”고 공표했다. 중점 단속 대상은 디스코드를 비롯한 보안 메신저를 통해 성착취물, 불법촬영물, 불법합성물 등을 제작·유통하는 공급자와 이를 구매·소지·시청하는 이용자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가 해외에 있는 디스코드를 통한 범죄도 반드시 검거된다”며 “앞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위장잠입 수사가 법제화되는 만큼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국회를 통과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오는 9월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 적발을 위해 경찰이 신분을 비공개하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돌아온 광장, 제주도 ‘일호’의 변신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