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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정유라 대통령 프로젝트” “삼성이 국민 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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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교육청, 초중고에 ‘촛불혁명’ 책 배포

조선일보

세종시교육청이 일선학교에 배포해 이념 편향 논란을 일으킨 책 '촛불혁명' 관련 사진. /국민희망교육연대


세종시교육청이 성추행 의혹을 받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극찬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악’으로 매도하며, 삼성전자를 ‘정경유착과 무전유죄의 상징’으로 비난하는 주장을 담은 책을 관내 초·중·고교에 배포하면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 세종교육청은 “수업에서 활용하는 걸 강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육계에서는 “역사적 평가가 내려지지 않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 편향적 주장을 담은 책을 학교 현장에 배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달 23일 관내 전체 초·중·고교 99곳에 공문을 보내고 “도서관에 비치해 민주시민교육 자료로 활용하라”면서 시민사회단체 ‘나눔문화’가 주도해 만든 448쪽짜리 책 ‘촛불혁명’을 학교당 1권씩 수령해가라고 안내했다. 교육청은 “민주주의 역사 이해 관련 도서 보급을 통해 민주시민교육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책을 보급한다”며 “보급 목적과 활용 방법을 전 교원에게 안내하라”고 설명했다.

‘촛불혁명’은 도서출판 느린걸음이 지난 2017년 출간한 기록집을 교육청에 기증한 것. 권당 3만8000원이다. 나눔문화 사무처장 김예슬씨가 글을 쓰고, 노동자 시인 박노해씨가 감수를 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시작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까지 시위 현장, 당시 야당(현 여당) 인사들 발언 등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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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책이 4년 전 벌어진 ‘촛불 집회’ 사건에 대한 한쪽 주장만 담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보수 진영·야당 등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악의 정점’ ‘친일 군부 재벌 극우의 상속자’ 등으로 규정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정유라를 ‘제2의 김연아’로 만들어 정계에 진출시켜 차세대 대통령으로 집권시키려 한 프로젝트”(45쪽)라고 주장하는 등 근거 없는 대목도 다수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시 발언을 ‘명연설’로 소개하기도 한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을 ‘광장을 지켜준 시장’ ‘우렁각시 같은 시장’이라고 극찬하며 “우리 앞으로도 서울시장만큼은 꼭 제대로 뽑자”고 적거나, “그 많은 죄를 저지르고 죗값을 받지 않고 훨씬 더 강력해진 불패의 존재, 바로 재벌 삼성과 정치 검찰”이란 구절도 있다. “우리 역사에서 삼성은 정경유착과 유전무죄의 상징” “삼성의 세습은 범죄의 세습이고 삼성의 축적은 국민의 수탈” 등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실었다.

이에 대해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장은 “시각에 따라 아직도 역사적인 평가가 엇갈리는 사건일 수 있는데 한쪽 편 내용만 기술한 책을 학교에 비치하고 학생들에게 읽히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일부 교사들이 여기에 동조해 이 책을 사회 수업 시간 같은 기회에 활용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국민희망교육연대는 보도 자료를 내고 “특정 정파의 이념적 시각이 담겨 논란이 되는 책을 학생에게 배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세종 지역 학부모 모임인 세종건강한교육학부모회도 3일 오전 세종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념 편향적인 정권 홍보용 책자를 즉각 회수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세종시교육청은 이날 해명 자료를 내고 “역사적 사실을 사진과 자료를 중심으로 다룬 책으로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국민 참여 중요성을 제시한 자료라고 판단해 학교에 배포한 것”이라며 “활용 여부는 학교와 교사의 자율적 판단 사항”이라고 밝혔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전교조 충남지부장과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전교조 핵심 간부 출신으로, 현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대전충남세종지역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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