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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선거 최대 변수된 윤석열 거취... 검찰 내부 “곧 사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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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 정계 진출 질문엔 “이 자리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

與 “소신 밝히려면 직 내려놔라” 檢관계자 “금명간 사퇴할 수도”

조선일보

3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구고검·지검 방문 일정을 마치고 관용차에 오르고 있다./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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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해 상대적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헌법상 책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날 대구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정한 검찰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 내에선 “여권이 수사청을 강행할 경우 윤 총장이 4월 보궐선거 전에 물러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가 4월 이전 사퇴할 경우 당장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내년 대선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윤 총장은 수사청법 강행 시 총장직을 사퇴하느냐는 물음에는 “지금은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정계 진출 가능성을 묻는 말에도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사퇴 및 정계 진출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은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은 현 상황에서 본인이 검찰에 남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라며 “금명간 사퇴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무관심한 모습이다. 윤 총장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줄 필요가 없고, 재난지원금과 가덕도 신공항 이슈로 선거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윤 총장 거취가 변수로 떠오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대통령 말씀대로 행동해달라”며 견제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불신임할 경우 진짜 물러날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은 내심 윤 총장의 ‘조기 등판’을 바라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누차 얘기했지만 3월에 윤 총장에게 ‘별의 순간’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이제 내가 정치를 하겠다'는 윤 총장의 의사 표현이 아닌가 본다”며 “논란을 떠나 야권 후보의 한 명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덕도 띄우고 지원금 푸는데… 윤석열에 다 덮일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추진을 공개 비판하자, 정치권은 임기가 7월까지인 윤 총장의 조기(早期) 사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총장이 수사청 추진에 반발해 4월 7일 보궐선거 전에 사퇴할 경우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가덕도 신공항, 각종 재난지원금 등으로 선거판 이슈를 선점해왔는데 윤 총장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윤 총장 문제로 중도층을 포함한 ‘반민주당’ 전선이 확장된다”는 반응이다.

◇강경 대응 피하며 ‘속앓이’ 與

여권(與圈)은 이날도 윤 총장에 대한 강경 대응을 자제하면서 윤 총장의 조기 사퇴 가능성과 향후 여파를 가늠하느라 분주했다. 갈등의 발단이 된 수사청법 발의 시점에 대해선 4·7 보궐선거 이후로 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수사청 설립 법안 발의 시점이 4·7 선거 이후가 되느냐’는 질의에 “조율 기간이 길어지면 선거 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윤 총장 인터뷰와 관련해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이른바 ‘추미애·윤석열’ 사태 당시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여당 지도부는 윤 총장이 사퇴까지 할 경우,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최근 당정청이 합심해 띄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덕도 신공항 추진 등 선심성 정책이 묻혀버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어 지지부진한 야권에 윤 총장이 등판할 경우 ‘정권 심판론’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지도부 의원은 “윤 총장이 이번에 사퇴까지 한다면 내달 보궐선거뿐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 판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조국·추미애 법무장관 사태로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사태가 재연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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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 치며 직원들에 인사하는 윤석열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고검·지검에서 열린 직원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손뼉을 치며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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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경파와 대선 주자들 중심으로 윤 총장을 공개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홍영표 의원은 “남은 임기 동안 주어진 직무에 충실할 생각이 없다면,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임명권자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다. 이광재 의원은 “검찰총장의 인터뷰는 대단히 부적절한 정치 행위로, 개혁 대상인 일부 정치 검찰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고 말했다”며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이 말씀에 들어있는 기준에 따라 행동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기대감 속에서 ‘尹 보호 전선’ 형성 野

야권은 윤 총장의 정권 비판에 적극 동조하면서도 윤 총장의 사퇴와 정치권 진입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니 윤 총장이 상식적 비판을 하는 것 아니냐”며 “당장 정치권에 들어올 생각으로 저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내용을 보면 결심을 단단히 한 것으로 보이는데 임기 마칠 때까지 갈 것 같지는 않다”며 “4·7 보궐선거 전에 사퇴하게 된다면 정치권 진입 여부와 상관없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윤 총장의 인터뷰 등은 전혀 정치적 행보가 아니다”라며 “헌법상 부여된 검찰의 수사 권능을 빼앗는 법을 만드는 데 대해 조직의 수장으로서뿐 아니라 일반 국민으로서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윤 총장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 정권이 윤 총장으로 하여금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사실상 검찰 해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인데 윤 총장의 저항은 당연하다”며 “개인의 정치적 계산 같은 건 있을 리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정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도읍 의원은 “수사권을 잃은 검찰은 이미 검찰이 아니기 때문에 더는 공무원 직분을 지속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그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이들이 윤 총장을 가장 정치적인 인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황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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