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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정치 행보' 윤석열에 격노한 잠룡 정세균…"공직기강 문제 좌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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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에 '거취 건의' 언급하며 사실상 자진사퇴 압박

국회논의 없이 인터뷰 등 지적 "모른 척 할 수 없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2021.3.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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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

윤 총장이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 대해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공직기강을 해치는 행태를 보이는 만큼,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서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이어가고 있는 정 총리로서는 검찰개혁 등 총리 영역에 있는 현안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는 판단이다.

4일 총리실에 따르면, 정 총리는 윤 총장이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 뜻을 표명한 데 대해 '대로'(大怒)했다고 한다.

이에 정 총리는 이튿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 SNS 게시물을 통해 윤 총장에 대해 "행정가가 아닌 정치인의 모습이다. 자중하라"며 비판하고 "총리로서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윤 총장이 정 총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날 오후 대구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비판을 이어가자, 정 총리도 대응 수위를 높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방송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거취를 직접 거론하면서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윤 총장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경고한 것인데, 윤 총장이 대구고검에서 한 언행은 정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정 총리는 윤 총장이 공직자로서 태도를 저버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날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법무부 장관과 이야기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청와대에도 이야기할 수 있고 아니면 여당, 국회와도 할 수 있다"며 "그런 걸 일체 하지 않고 언론을 상대로만 행동하는 건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처신이다. 무언가 주어진 일보다는 다른 생각이 있는 거 아닌가 점쳐지게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윤 총장이 총장직을 수행하는 건지, 자기 정치를 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 국민이 피해 보는 것을 총리로서 모른 척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검찰에 관한 국회 입법에 대해 당연히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이를 공식적인 채널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표명한 자체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본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임명직 공무원인 검찰총장 행태의 부적절성에 대해 누군가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 총리가 그런 고민 속에서 역할을 한 것"이라며 "윤 총장의 '직을 건다'는 표현이 잘못하면 국민들한테는 선동으로 비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에 대한 정 총리의 경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 총리는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다툼이 격화할 때도 여러 차례 우려와 경고를 전했고,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는 "자숙하라"고 공개 질책했다.

그럼에도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자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과 추 전 장관의 동반사퇴를 해법으로 건의하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재난지원금, 손실보상제 등에 관해 민주당과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자 "이게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화를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월 기재부에서 당정이 추진하는 손실보상금제에 반발하는 기류가 나오자 "이게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격노하고, "개혁 저항세력"으로 지칭하는 등 공개 비판했다. 이 역시 기재부가 정책·법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제시하지 않고 언론에 노출해 갈등을 야기하는 '형식'을 지적한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어느 부처든 공직자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서 "총리는 앞으로도 마땅히 해야 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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