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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대법 "교통사고 도주치상죄 적용시 구호조치 필요성 심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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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부상, 인적사항 안주고 떠났다고 성립 안돼"

2심 "상해에도 장소 이탈 땐 성립" 유죄→대법은 파기

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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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교통사고로 입은 부상이 경미해 피해자에게 특별히 구호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가해 운전자가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주지 않고 사고현장을 떠났더라도 도주치상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1년3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4차례 음주운전 전력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김씨는 2019년 11월 21일 오전 8시50분쯤 0.04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여수시의 한 교차로에서 운전하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의 왼쪽 앞 범퍼 부분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의 사고후미조치,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3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상대방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도주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사고 당시 충격이 크지 않았다. 피해자도 다쳤다고 말한 사실은 없는 점, 피해자들이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외에 특별한 치료를 받지는 않은 점에 비춰볼때 피해자들이 구호조치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는데도 피고인이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도주치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김씨가 사고로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해자들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채 사고 장소를 이탈했다면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도주치상죄가 성립한다"며 도주치상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가 중하지 않고, 이후 자발적으로 범행 현장에 돌아온 점 을 참작해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죄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그 사고로 다친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하는 행위를 가중처벌함으로써,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도주치상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사고 당시 김씨가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해 심리하지 않은 채, 김씨가 피해자들에게 인적사항을 주지 않고 사고장소를 이탈했다는 이유만으로 도주치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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