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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윤석열 ‘사퇴’ 초강수 계기된 ‘중대범죄수사청’은 무슨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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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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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장관과의 극한 대립에도 물러서지 않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끝내 ‘사의 표명’이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이 있다. 이에 따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에 대표 발의한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이 법안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소청법’, ‘검찰청법 폐지법’을 바탕으로 조만간 검찰개혁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여권 초선 의원들 모임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 등은 수사, 기소 분리를 위해 중수청 설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수사와 기소 분리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조항이 없고, 수사기관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등 비판할 대목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처럼회’ 등 여권, “검찰, 독재자에 버금가는 절대권력자”

4일 국회 의안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황 의원을 비롯해 20명의 의원들은 지난달 8일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황 의원 외에 김용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황 의원 등은 검찰에 막강한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각종 권한남용과 부패비리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를 위해 검찰이 담당하는 6개 중대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를 전담하는 중수청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 내용을 보면 중대범죄수사청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또 각 고등법원 관할구역에 지방수사청을 두도록 한다. 실제 수사는 수사관이 담당하는데, 수사관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사람, 검찰 또는 경찰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조사업무 실무를 경험한 사람이면 임명 가능하다.

황 의원은 지난 23일 공청회를 통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며 “우리 검찰은 수사기관으로 그 정체성이 변질되면서 본연의 역할인 공소관으로서 요구되는 객관성과 중립성을 상실한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소독점과 기소편의로 무장한 검사가 영장청구권과 직접수사권을 통해 견제 장치 없는 권한으로 직접 수사에 나서는 상황에서 검찰은 독재자에 버금가는 절대 권력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문제의 근원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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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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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개정 사안, 수사력 유지 의문, 정치적 중립성 문제”

법조계 일각에서는 하지만 헌법상 검찰에 영장청구권이 있는 부분을 무시하고 법안이 수사, 기소 분리 적용만 강조하고 있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영장을 검사만이 청구를 할 수 있는데 개헌 없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할 수 있냐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수청 등이 수사를 해서 체포, 구속을 할 때는 검사를 통해서만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중수청 등에 영장청구권을 준다는 건 개헌의 문제인데, 이 부분은 (황 의원 법안 등이)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황 의원의 이 법안이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검찰청 폐지 역시 개헌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헌법 89조 16호는 검찰총장 등의 임명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사라져 중수청으로 헤쳐 모였을 때 현재 검찰이 가진 거악척결과 관련한 수사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중대범죄는 너무 복잡하고 전문적이고 대형사건이 많은데 그 부분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나중에 공판에서 공소유지를 할 때,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나날이 지능화·조직화·대형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 수사 기소가 융합돼 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역시 2018년 1월 14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권력기관 개편 발표를 하면서 “이미 검찰이 잘하는 특수수사 등에 한해 직접수사를 인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수청법에는 정치적 중립성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추천위 7명은 법무부장관,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여당)가 추천한 2명,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교섭단체(야당)가 추천한 2명으로 꾸려진다. 정부나 여당 몫이 최소 3명(법무장관, 여당 추천 2명)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단서 조항으로 야당이 기한 내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규정까지 넣었다. 중수처장 추천에 있어서 야당의 비토권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여당이 선호하는 중수처장이 임명돼 정권 친화적인 수사에 나설 가능성을 큰 것이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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