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퇴의사를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를 두고 여권과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2021.3.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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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윤석열 검찰총장이 결국 사퇴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며 전격적으로 직을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속도조절론' 논란에도 꿈쩍하지 않던 여당은 '윤석열 폭탄' 앞에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 발의 시점을 늦추며 4·7 재보궐 선거와 여론에 미칠 파장을 파장을 지켜보기로 했다.
결국 수사청 설치 추진이 윤 총장의 사퇴를 불러올 정도의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단 얘기다. 검찰 출신이자 당내 소신파로 불리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대통령께서도 '수사권 개혁이 안착되고, 범죄수사 대응 능력과 반부패 수사역량이 후퇴해선 안 된다는 차원의 말씀을 하셨다'는데 여당 의원들이 그런 말씀을 들은 바 없다는 식으로 무시하며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더욱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검찰의 수사-기소를 분리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기존 검찰 대신 수사청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지난해 연말 윤 총장 징계 시도가 실패하면서 나왔다. 법적으로 윤 총장의 임기가 보장되자 '인적 개혁' 대신 '제도 개혁'을 통해 완전한 검찰개혁을 달성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특히 검찰개혁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처럼회' 소속 의원들과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다. '조국 수사'와 '추-윤 갈등' 당시 최전방에서 윤 총장과 일전을 치른 당사자들이며 일부 의원들은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검찰 수사에 공공연한 반감을 드러내왔다.
여당이 시기적으로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밀어붙인 이유는 우선 공수처 통과 등에서 확인된 의석수의 위력에 있다. 더구나 검찰개혁에 대한 친문 지지자들의 절대적인 여론도 밑바탕이 됐다. 윤 총장의 존재가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즉 '윤석열'이 버틸수록 검찰개혁 역시 더욱 필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을 이뤄냈지만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뜨거워진 참에 검찰 수사권 폐지까지 달성해놔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파'라고 할 수 있는 여당 강성파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같은 생각에 동의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 속에서 나타난 검찰의 조직적 반발, 수사를 이용한 정치검찰의 행태, 기소권을 남용한 사적 보복 등을 보면서 검찰개혁론자인 문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뺏어야 한다는 데 당연히 공감할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 징계위원회와 추 전 장관 사퇴 등을 거치며 검찰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기조 변화가 드러나자 강경파 의원들 일부는 당황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개혁의 방향을 두고 온도차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하고서도 이들이 '검찰개혁 마이웨이'를 선택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보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재보선과 당 지도부 교체, 대선 정국 돌입 등이 혼재하면서 생긴 힘의 공백이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사의 표명 사태에서 불거진 '레임덕' 논란에서 드러난 것처럼 검찰 이슈를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충돌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수사청 설치 법안에 대한 '속도조절론' 논란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의 해석차가 불러온 논란인데 '3월 초 발의, 6월 초 처리'를 고수하며 속도조절에 선을 긋는 여당에 대비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반(反) 검찰개혁이라는 구도마저 형성되는 듯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외곽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의 김기식 소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해할 수 없다"며 "21대 국회가 이제 임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나머지 3년 동안 놀 것이냐"며 "자신의 정치적 성과를 공고히 하고 싶거나 지지층을 어필하기 위해서면 몰라도 굉장히 무리한 얘기"라고 꼬집었다.
검찰개혁특위는 전날까지 수사청 설치 법안 발의 강행 의지가 매우 강했다. 당내에서 4·7 재보궐 선거에 미칠 영향를 의식해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했음에도 '검찰개혁'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이 '직을 걸겠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에서도 전격 사퇴로 이어질 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오전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이 가시화되고 당 지도부가 '속도조절' 필요성을 설득하면서 특위 역시 당분간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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