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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차별금지법 있었으면, 변희수 하사 비극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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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 ‘몽니’에 발목잡힌 법안…“정면돌파” 목소리 커져

한겨레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1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에 의해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도행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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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일찍 만들어졌다면, 변희수(23) 전 하사는 성전환수술 뒤에도 군에 남아 전차를 조종할 수 있었을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인종, 종교,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핑계 삼아서 고용이나 교육·행정서비스 이용 등에서 누군가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을 막고 시정하도록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성전환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육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했던 변 전 하사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의당은 4일 “변 전 하사의 죽음에 300명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통감하기 바란다”며 국회 장혜영 의원실 앞에 변 전 하사를 추모하는 애도 공간을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고 적었다.

차별금지법을 위한 국회 논의는 십수 년째 답보 상태다. 정의당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차별금지법안’도 법안 심사 한 번 받지 못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준비 중인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도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내에도 성소수자 이슈를 피하려는 사람이 많고, 차별금지법 제정도 환영받는 의제가 아니라서 가진 힘이라도 최대한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 의원은 최대한 기독교계를 설득한 뒤 법안을 내겠다며 발의 계획을 수차례 미뤄왔다. 번번이 개신교계의 반대로 차별금지법안이 좌초된 경험을 교훈 삼아, 느리더라도 설득 과정을 거치겠다는 취지였다. 이 의원은 “특정 종교의 본질적 교리에 따른 종교 행위는 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예외 조항을 담은 타협안도 제시했지만 개신교계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개신교계의 훼불 행위로 고통받아왔던 불교계가 “개신교 눈치보기식 법안”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원안’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을 정도다.

정치권에선 이번 변 전 하사의 비극을 계기로 ‘정면 돌파’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은 “기독교계의 태도는 변화가 없고, 예외조항을 두고선 애초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던 불교계가 반발하는 상황”이라며 “예외조항은 빼고 법 조항을 더 다듬어서 오는 4월 보궐선거 이후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을 합쳐 20여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애초 이 의원은 100여명의 공동 발의자를 모아 개신교계의 반발을 ‘돌파’하려 했지만, 의원들이 지역구 대형 교회들의 눈치를 살피는 바람에 어그러진지 오래다. 이 의원은 현재 공동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이 개신교계의 공격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발의자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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