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주머니 사정 편치않은 취준생들, 여기서 공짜로 공부하다 가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싼 게 비지떡이란 얘기 절대 듣기 싫었어요. 공짜라고 해서 대충 하지 말자, 그게 신조예요."

신원근 진학사 대표(사진)는 약 5년 전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2분 거리 건물 5층에 '캐치(CATCH) 카페' 신촌점을 열었다. 진학사는 대학입시 모의지원·합격예측 서비스, 수학 참고서 '블랙라벨' 시리즈로 정평이 난 회사인데 캐치는 진학사가 대입에 이어 취업 시장으로 진출한 서브 브랜드다.

캐치 카페에서는 전부 공짜다. 대학생·대학원생임을 앱으로 인증만 하면 음료와 시설 이용 무료에 취업준비생이 원하는 기업의 채용 프로그램도 별도로 안내받을 수 있다. 신 대표를 최근 캐치 카페 신촌점에서 만났다.

"신촌점 혜화점 안암점 서울대점 한양대점 경희대점 등 6곳에서 캐치 카페를 운영 중이에요. 자체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캐치TV 등에서 취업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채용 콘텐츠를 전면적으로 제공하는 회사가 가장 앞선다고 자부해요. 하루 취준생 6만명이 캐치 사이트를 찾고 있습니다."

한 달 페이지뷰가 2000만~2200만회에 달하는 캐치 사이트에는 양질의 채용공고와 기업 재무평가, 현직자 리뷰, 합격자 후기 등이 꽉 차 있다. '철수'라는 이름의 직원이 기업을 찾아가고 워라밸 최강 기업과 연봉 높은 금융사를 분석하거나 출퇴근지 역세권 여부도 지도를 펼쳐놓고 동선까지 그려준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PC그룹을 분석한 캐치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60만뷰를 바라본다. 신 대표는 취준생들의 열기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시채용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수시채용 확대는 엄청난 함의가 담겨 있어요. 추상적인 열정이 아니라 현업에 바로 투입할 사람만 뽑는다는 의미니까요. 코로나19와 빅데이터 활용, 언택트 추구로 산업군 자체 변화가 가시화되면서 수시채용이 늘고 있습니다. 저희 콘텐츠로 취준생이 필요한 정보를 압축해 보여드려요."

캐치에서는 또 기업과 취준생을 다이렉트로 연결해준다. 가령 캐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해당 분야에 지원하는 취준생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오프라인 캐치 카페에서 연결하는 식이다. 한쪽에서는 기업설명회가, 한쪽에서는 채용 면접이 이뤄진다. 캐치 카페도 그 목적에 맞게 공간이 설계됐다. 취준생의 참여비는 전혀 없다. 비용은 채용 중인 기업에서 조달된다.

"대기업은 신입사원 1인을 채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합니다. 특히 1차 데이터(서류전형)를 거르는 비용이 막대해요. 1000명에 대한 서류를 받아서 체로 걸러내는 것보다 해당 기업에 계속 관심을 뒀던 '확실한' 취준생 50명을 모으는 것이 효율적이죠."

캐치 오프라인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취준생 1만8000명이 참여했다.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던 취준생은 없을까.

"캐치 카페를 300번쯤 이용했던 학생을 기억합니다. 주머니 사정도 힘들었을 텐데 이 공간이 도움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진학사의 캐치는 비즈니스지만 취준생에게 사회적 책무를 하고 있지 않나 싶어 뿌듯합니다."

매일경제

입시에 이어 취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신 대표는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라이프타임 커리어 매니지먼트'다. 한 인간의 생애관리가 공부와 동행하는 시대가 되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신 대표는 자신의 업(業)이 결국 큐레이션(curation·양질의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이라고 자신한다.

"결혼도 육아도 은퇴도, 사실 모두 각자에게는 처음이잖아요. 그런데 입시와 취업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인생의 다른 과정에 대해선 너무 무심한 것 같아요. 자기 인생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상태로 인생의 과업을 치르려니 삶이 불행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늘 공부하는 것,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저의 또 다른 꿈이에요."

[김유태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