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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표로 문 정부에 저항…윤석열 "상식 지키기 위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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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 사임 ◆

매일경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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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 만료를 불과 4개월 앞두고 사의를 표했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뒤 취임한 검찰총장 22명 가운데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 수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윤 총장은 전 정권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파격 승진을 거듭해 총장직에 올랐지만, 정부·여권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다 수차례 여권의 반발을 샀다. 결국 입법 권한을 장악한 여당이 검찰 해체 수준의 법안을 추진하자 물러나는 선택을 했다.

4일 오후 2시 윤 총장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현관에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며 "오늘 총장을 사직한다"고 말했다.

이날 입장문은 윤 총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대구고검·지검 순방에서 돌아오던 전날 저녁에 사의 결심을 굳히고 이날 오전까지 휴가를 내며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사직서를 받고 "총장 사의 표명 소식을 접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윤 총장 사표를 수용하자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총장대행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윤 총장은 사의를 표명한 뒤 '검찰 가족께 드리는 글'을 게시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저의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고 한다"며 "검찰총장의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또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지만 국민들만 생각하라"며 "동요하지 말고 항상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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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이날 오후 6시께 대검 청사에서 퇴근했다. 퇴근길엔 대검 소속 검사와 직원 대부분이 1층 로비와 현관으로 나와 꽃다발을 건네고 박수를 치며 배웅했다. 윤 총장은 "여러분과 함께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먼저 나가게 돼 많이 아쉽고 미안하다"며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7년 검사생활의 마지막 퇴근길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엔 "사람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도 27년 공직생활 동안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많은 분의 도움으로 후회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권력형 비리 수사가 흐지부지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총장이 직접 챙기고 힘을 실어줬던 수사들이 이제 외부 압력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수사팀은 최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재청구를 고려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 2일 수사팀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해 불법 출국금지를 도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당시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 이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 총장 본인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에는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회사 불법 협찬, 주가 조작 의혹 등이 배당된 상태다.

윤 총장은 최근 주변에 물러날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 통과를 추진하며 검찰의 수사권을 전면 박탈하려고 하는 시도를 총장인 본인의 사퇴 요구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무부의 징계 의결에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었던 윤 총장이 결국 검찰 해체와 다를 바 없는 입법에 물러난 것이다.

윤 총장은 이로써 1988년 검찰총장 2년 임기제 도입 후 중도 하차한 14번째 총장이 됐다. 앞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역대 총장 중에서도 정권 관련 수사를 이어가다 자리에서 물러난 이들이 상당하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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