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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성난 민심에 화들짝…與 'LH 뒷북대책'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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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LH 임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을 방문해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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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비난 여론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방지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4·7 재보궐선거에 끼칠 악영향을 차단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공직자발 투기 의혹으로 민심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의 뒷북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여권에서는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대책이 잇따라 쏟아져 나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주택과 토지 개발 관련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할 경우 법적 처벌과 함께 투기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LH와 같은 공기업의 개발 담당 부서 직원들도 재산 등록 대상에 포함시켜 상시 감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국민에게 분노와 상실감을 안기고 있다"며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는 패가망신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무 관련 정보를 악용한 투기를 처벌하고 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은 현행 국민권익위원회법에도 이미 마련돼 있다.

이 법 86조는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규정을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관련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같은 조항이 실제 적용된 사례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조항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허점을 보완하고 어떻게든 부당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자의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개발 정책과 관련된 공직자는 주거용 1주택을 비롯한 필수 부동산을 제외하고 부동산 소유 자체를 금지시키자는 제안이다.

앞서 2005년 고위 공직자의 주식 백지신탁제도가 도입되면서 부동산 백지신탁제도가 함께 논의됐지만 법안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 지사는 "더 이상 공직자의 자발적 청렴이나 선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며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국민의 공복이 아닌 사업가를 하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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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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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와 함께 신규 택지 개발과 관련한 공직자는 실거주 목적을 제외한 토지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이 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규제를 '폭탄 투하'식으로 발표한 것을 놓고 한 달여 남은 재보선을 인식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부동산 정책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에 관한 공공기관 부정부패 이슈는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간신히 선회해 공급 대책을 시작하려는 시점에 정책 신뢰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우려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LH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발본색원하라"며 "제도 개선책도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야권은 이번 사태를 수도권 지지율 상승 계기로 삼기 위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용서할 수 없는 중대 범죄로서 엄정히 조사하고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며 "이 조사는 총리실이나 국토교통부가 아니라 감사원이나 검찰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원전 정책을 놓고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검찰·감사원을 통한 조사만 신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한편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애초에 부동산 규제를 확대하고 싶어 하던 여권이 공직자의 부동산 보유 제한을 대폭 강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LH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 감독을 강화하면 오히려 국민에게 지지를 받으며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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