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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국민 보호’ 명분…권력에 맞선 이미지로 ‘자기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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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설치 저지할 마땅한 대응 카드 없자 ‘최종 결심’

사퇴 하루 전날 대구행도 사실상 ‘정치적 의도’ 담겨

일각선 서울·부산시장 선거 역할 염두 ‘시점 선택’ 해석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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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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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에 대한 항의를 명분으로 4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당 검찰개혁특위의 법안 제출이 임박한 상황에서 윤 총장이 총장직 사퇴라는 ‘최후의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수청 설치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인 여당이 관련 법안들을 발의하지도 않은 시점을 고려하면 윤 총장이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강경 발언을 담은 인터뷰에 이어 전격적으로 사표를 낸 것이란 해석도 있다.

윤 총장이 사표를 낸 명분은 중수청 설치 반대이다. 그는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한 뒤 검찰 통신망에 ‘검찰가족께 드리는 글’을 올려 “더 이상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다”며 “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두 차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징계까지 청구했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윤 총장은 이날 “이제 그토록 어렵게 지켜왔던 검찰총장의 직에서 물러난다”며 “검찰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거대 여당이 입법권을 행사해 중수청 설치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는 윤 총장으로서는 총장직 사퇴라는 마지막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은 3월 법안 발의와 6월 법안 통과가 목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요청에 따라 법무부는 현재 대검찰청을 통해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취합하는 중이다.

중수청 설치는 온전히 입법의 영역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윤 총장이 대응할 묘수가 생기는 문제도 아니다. 여권이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지금이 중수처 저지의 명분과 실리를 챙길 최선의 시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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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윤 총장이 정말로 시기를 잘 맞췄다”며 “총장직을 던져 일단 여권의 중수청 추진 속도를 늦추는 작용을 할 것 같다. 지금 검찰을 나가야 중수청 반대라는 명분도 서고 검찰 조직에 총대를 맸다는 체면도 선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시간이 지나면 여권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결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임기를 다하면 정치적 입지를 높이려고 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 해석할 오해를 피하려 바로 사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격적인 사의 표명은 윤 총장이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도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전날 간담회 명분으로 대구지검·고검을 찾은 자리에서도 취재진이 정계 진출 의향을 묻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여당의 중수청 설치 법안이 발의되지도 않았고 여권 내부에서도 중수청 설치의 내용과 시기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날의 사의 표명을 중수청 저지라는 명분으로만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윤 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라면 검찰청법상 선거 90일 전까지만 사퇴하면 되기 때문에 오는 7월24일까지인 임기를 마쳐도 법률상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이날 사의 표명이 오는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국면에 정치적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허진무·유설희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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