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낙하산' 이사에 휘둘린 LH, 직원 땅투기 의혹은 예고된 참사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도시 땅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허술한 이사회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해 이사회 중 절반은 서면으로 대체됐고, 상정 안건 89%는 원안 그대로 가결됐다. 상당수의 사외이사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시민단체 출신의 낙하산이어서 임직원들이 땅투기를 하는 등 LH 기강해이에 한몫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LH는 2019년 회계 결산이 문제가 돼 감사원으로부터 '기관 주의'조치를 받는 등 조직 안팎에서 강도높은 쇄신 요구를 받고 있다.

5일 매일경제가 지난 해 LH 이사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상정된 안건 35건 중 31건은 원안 그대로 가결, 보고됐다. 10차례 회의 중 5차례는 서면으로 대체됐다. 원안 가결된 안건 대부분은 '의견 없음'으로 표시돼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한 셈이다.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LH사장으로 지난해 이사회를 이끌었다.

또 LH는 지난 1월 감사원으로부터 2019년 회계연도 재무제표 작성에 대한 주의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176조 5151억원의 자산 중 회계 장부 상 67조 1295억원의 재고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데, 재고자산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LH는 A회계법인의 재고실사 요청에 "사업지규별로 물량 명세서를 관리하고 있어 회계팀에서 물량명세서를 취합하는데 시간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서면으로 대체된 이사회에서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LH 정관상 상임감사위원과 비상임이사 등 이사회 일원은 모두 임추위에서 추천한다. 지난해 3명의 상임·비상임 이사 교체를 앞두고 있어 임추위 구성이 중요한 상황이었지만 위원 선임은 서면으로 결정됐다. 회의록에도 '의견 없음'으로 표시됐다. LH측은 "개별적으로 이사진들을 찾아가 안건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다"며 "코로나 상황임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중요한 안건의 경우 온라인 이사회를 열고, 우편을 통해 이사들의 서명을 받는 조치가 이뤄졌다"며 "집합금지가 강하게 걸려있던 상황에서도 서면으로만 이사회가 움직인 경우가 없었는데, 회의 절반이 서면으로 대체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는 우리나라에서 뿐만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손꼽을 만큼 큰 공영 기업이기 때문에 비효율이 상당할 수 있다"며 "직원들의 상당수가 자기 노력 없이는 공직기강이 헤이해 질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강도높은 조직 쇄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낙하산' 이사에 휘둘려…예고된 LH게이트


'거수기' 전락한 LH이사회

안건 10건중 9건 '의견없음'
회의록 기록도 없는 깜깜이
5번 회의에 年3000만원

체육행사비용 공사비 반영
직원대여금도 오차 투성이
감사원 "176조 방만회계"
10년째 엉터리 회계 반복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원만 1만명에 육박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내부통제 시스템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LH 임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도 결국 취약한 지배구조와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불러온 일탈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매일경제가 LH의 이사회 구성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사장을 포함한 이사 6명은 LH 내부 임직원이었고, 외부 이사회 인사들은 시민단체 출신이 다수 포진했다. 허 모 상임감사는 한국YMCA전국연맹에 몸담고 있고, 김 모 비상임이사(국제장애인e스포츠연맹)와 윤 모 비상임이사(희망제작소) 역시 시민단체 소속이다.

이사진 곳곳에 친정권 성향 인사가 눈에 띈다. 허 상임감사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경남지역위원회 상임대표를 지냈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거 지원을 위한 시민 캠프에서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전 모 비상임이사는 종합건축사무소 이로재의 디자이너 출신이다. 이로재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교 시절 친구로 익히 알려진 승효상 건축가가 소장으로 있는 곳이다.

이사회 운영 방식 곳곳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LH는 지난해 10번의 이사회 중 다섯 번은 서면으로 대체했다. 전체 35개 안건 중 31개 안건(88%)은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LH는 상임이사와 감사에게는 각각 1억원, 비상임이사에게는 3000만원씩을 지급한다. 외부 인사로만 구성되는 8인의 비상임이사의 경우 다섯 번 남짓한 회의에 참석하고 수령하는 돈이 중소기업 초봉과 맞먹는다.

LH는 공기업인데도 이사회의 주요 내용은 공개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원안 그대로 통과된 안건 전부는 '의견 없음'으로 남겨져 있고, 문제 제기가 있었던 극소수 안건에 대해서도 위원 개개인 의견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원회는 비전문가가 많다는 비판을 받는 와중에도 위원들의 세세한 발언까지 모두 기록해 대외에 공개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LH는 최근 부실한 회계관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월 감사원은 LH의 2019회계연도 재무제표 작성에 대해 주의 조치를 했다. 67조원에 달하는 재고자산에 대한 실사가 회계 결산 과정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LH는 체육 행사와 청렴교육, 시무식과 퇴임식 등에 쓴 8억원 규모 소모성 부대비용을 공사 원가로 집어넣는가 하면, 회계장부상 원화장기차입금과 직원 대여금 등에서도 줄줄이 오차가 나왔다.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LH는 2018년 회계감사에서도 장부상 회계연도 내 지출하지 않은 정부 보조금 잔액과 실제 예금 잔액에 차이가 발생했다. 그 규모가 21억4000만원에 달했다. LH는 차액 발생 원인을 파악해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감사 절차를 종결했는데, 2019년 결산에서도 같은 문제가 재발했다. 지출하지 않은 정부출연금 예금 잔액과 회계 장부상 정부보고금 잔액이 2억200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2009년 국감에서는 자산 가치를 부풀려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2010년에는 엉터리 회계 관리로 장부상 6400억원이 오류가 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1년 LH는 예전 국제기업회계기준(IFRS)에 따른 부채비율과 새로운 회계 방식에 따른 부채비율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비교했다.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줄었다고 홍보했다가 혼쭐이 났다.

한 회계사는 "상장사였으면 상장폐지 이야기가 나왔을 만하다"며 "176조원에 달하는 자산 규모라면 국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대기업인데, 방만한 회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