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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만물상] 함께 울고 웃은 미스트롯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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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좋아한다. 누군들 이 노래를 싫어할까만, 작사가 손로원과 그의 어머니 사이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된 후 더 애틋해졌다. 손로원은 부산 판잣집에 걸어둔 어머니 사진을 화재로 잃고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노랫말을 썼다. 조용필 노래 ‘바람이 전하는 말’을 흥얼거리게 된 것도 마종기 시 ‘바람의 말’에서 따온 가사가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암 투병하던 한 남자가 이 시를 적은 종이를 아내 손에 쥐여주고 떠났다. 그 사연을 안 뒤 ‘착한 당신 외로워도/ 바람 소리라 생각하지 마’라는 가사가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이야기가 있느냐 없느냐가 노래에 대한 애착을 갈랐다.

▶목요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내일은 미스트롯2’가 지난 석 달 온 국민을 사로잡은 것도 경연자들이 노래를 잘 불렀기 때문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승한 양지은이 결승 무대에서 부른 ‘붓’의 가사가 미스트롯에 수많은 이가 열광한 이유를 웅변한다. ‘힘겨운 세월을 버티고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그 설움 어찌 다 말할까/(중략)/ 여보게 친구여 붓을 하나 줄 수 있겠나~.’ 양지은이 붓을 들어 자기 이야기를 쓸 때, 시청자들도 각자 삶을 떠올리며 따라 불렀다.

조선일보

경연자와 시청자가 함께 미스트롯2라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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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2는 경연자와 시청자의 이야기가 만나는 무대였다. 콩팥을 아빠에게 떼어주고 한동안 목소리가 안 나왔다는 양지은 이야기, 성대에 혹이 생기고 다리까지 다쳐 좌절했었다는 홍지윤의 고백은 우리 중 누군가도 겪었을 아픔이다. 결선에 오른 7명이 노래 끝에 한결같이 눈물을 쏟았다. 말하지 않았는데 시청자들이 그 이유를 다 안다. 3개월 노래 부르고 그 노래를 듣는 동안 그렇게 됐다.

▶결승 1, 2라운드 합계 622만3939표라는 놀라운 문자 투표 숫자도 경연자들이 무대에서 노래만 불러선 나올 수 없는 기록이다. 노래 대회 우승자 한 명 뽑는데 지역별로 투표 열기가 타올랐고 전국 맘카페가 들썩였다. 시청률 32.9%를 기록하고, 프로그램 온라인 조회가 1억회를 넘어선 것도 이 방송이 누구는 노래 부르고 누구는 듣기만 하는 프로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K팝 댄스곡만 듣던 스무 살 딸이 언제부턴가 엄마와 나란히 앉아 미스트롯을 정주행했다. 미스트롯에서 쏟아져 나온 이야기들이 세대와 세대를 잇고 취향이 다른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앉혔다.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들려주고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경연자와 시청자가 함께 미스트롯2라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미스트롯은 그런 무대였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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