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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개성 길 둘 다 텅 비었는데 5800억 ‘문재인 도로’ 또 만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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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선일보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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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뜬금없이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올 하반기 착공하겠다고 했다. 파주 능산리와 도라산리를 잇는 10.75㎞(왕복 4차로) 구간으로 총사업비가 5800억원 드는 사업이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선언에 나오는 ‘경의선 도로 연결·현대화’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남북 교류 사업이라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도 면제한 상태다.

사업 예정지 바로 옆에는 국도 1호선과 자유로 등 개성으로 향하는 도로가 둘이나 있다. 남북 관계 단절로 텅 비어있다. 1998년 놓은 통일대교가 바로 옆에 있는데 임진강을 가로질러 가칭 ‘평화대교(길이 1880m)’를 신설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텅 빈 도로와 다리가 옆에 있는데 5800억원을 들여 새 고속도로를 놓겠다는 발상이 제정신에서 나올 수 있나. 혈세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미래에 대비한다고 해도 그런 시기가 돼 기존 두 도로가 붐비게 되면 그때 건설을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남북 간 도로를 연결·현대화하려면 북쪽에서도 공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관련 남북 간 협의는 판문점 선언 두 달 후 남북도로협력분과회담이 한 번 열렸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쪽 단독으로 착공하겠다니 김정은도 어이없어할 일이다. 사업 구간은 저어새, 삵, 금개구리 등 법정 보호종 40종이 서식하는 자연 보호 지역이고, 800m 거리에 철새가 도래하는 장단반도 습지도 있다. 그런데 환경부는 작년까지는 반대하다 올해 초 반대를 철회했다. 지역 주민들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이 황당한 일을 치적으로 만든다고 밀어붙이는 대통령이나 그 수족이 돼 ‘문재인 도로' 만들기에 나선 공무원들이나 모두 한심할 따름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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