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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경제전문가들 "국민연금, 동학개미에 휘둘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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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양기관 아니다…가입자 이익 극대화가 유일한 기준 돼야"

한투연 "국민연금 국내주식 35% 수익률 달성은 동학개미들의 역대급 순매수에 기인"

연합뉴스

화난 개미 투자자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자본시장의 새로운 권력인 동학개미들이 국내 주식을 장기간 팔아치우고 있는 국민연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작년엔 강화된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주주 요건 시행 유예, 올해 들어서는 공매도 금지 연장을 관철한 개인투자자들이 이젠 국민연금의 자산 운용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태세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동학개미들의 이런 행태를 집단이기주의로 보는 견해가 많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요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갈수록 거세지는 동학개미의 반발

개미투자자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지난 4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을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몰아세웠다.

한투연은 "지긋지긋한 박스피를 벗어나 13년 만에 봄이 찾아온 국내 주식시장에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는 연속 매도 행태는 동학 개미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질타했다.

또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에서 34.89%, 해외 주식에서 10.76%의 수익률을 달성했는데 국내에서 얻은 이익은 동학개미들의 역대급 순매수에서 기인했다"며 "그런데도 사상 유례없는 42거래일 연속 매도 13조원에 더해 연말까지 추가로 20조원 이상 기계적 매도를 하겠다는 것은 지수 상승을 주도한 개인 투자자에 대한 명백한 이적행위"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5일까지 46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모두 14조원어치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한때 3,200선을 넘었던 코스피 지수는 최근 3,000선에서 오르내리는 수준으로 후퇴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앞으로 당분간 매물 폭탄을 계속 쏟아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을 통한 수익률과 안정성 지표 충족을 위해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작년 이후 주가 상승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지자 이를 줄이고 있다.

국민연금에 의하면 올해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운용자산의 16.8%인데 작년 말 현재 비중은 21.2%, 금액으로는 176조7천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올해 목표 비중까지 낮춰야 하고, 이를 위해선 앞으로 24조원어치를 더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국내외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매물이 쏟아질 경우 수익은커녕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도를 중단시켜 달라는 청원이 올라 있다. 청원인은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 행태는 우리 기업들의 잠재력, 성장성을 감안하지 않고 현재의 어려움을 자발적으로 타개해 나가려는 국민 개인의 염원, 그리고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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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자들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 기관 아니다"

하지만 동학개미들의 이런 요구는 국민의 노후 안전망인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나 작년 봄처럼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폭락해 국가 경제시스템이 위험에 처할 경우엔 연기금도 시장 참여자로서 역할이 있을 수 있지만,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나드는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에는 현재 2천200만명이 가입돼 있고, 연금수급자는 500만명이 넘는다. 운용자산은 750조원이다. 가입자의 노후보장을 최우선에 두어야 할 국민연금이 이익집단에 휘둘릴 경우 자칫 피해는 전체 가입자에 미칠 수도 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 소득보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 기관이 아니며 운용의 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 투자자들의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민 전체가 손해를 볼 수는 없다"면서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산 투자를 위임받은 만큼 돈을 맡긴 쪽의 이익 극대화가 유일한 기준이 되어야 하며 누구도 이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연금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고 수익을 내려는 자산 배분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자체 거버넌스에 따라 운용자산의 국내외 비중을 좀 더 균형 있게 가져가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라며 "이를 놓고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공고화하기 위해 국내 주식을 팔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과도한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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