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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결혼 하고파요" 노총각 4000만명의 울분에 불안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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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4일 개막한 중국 양회(兩會)에서 치솟는 이혼율과 감소하는 혼인율 극복을 위해 결혼을 앞둔 커플들을 대상으로 `결혼 전 훈련`을 의무화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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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 중국이 이혼과 혼인율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지난 4일 개막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치솟는 이혼율과 떨어지는 혼인율 극복을 위해 결혼을 앞둔 커플들을 대상으로 '결혼 훈련 의무화' 제안까지 나왔다. 지난달에는 중국 국가위생위원회가 자국 내에서 저출산·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동북 3성 지역에 대해 산아제한 정책 전면 완화를 검토할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매년 경신해 미래가 매우 불투명한 한국이 남 걱정할 때는 아니지만, 개발도상국으로서 갈 길이 먼 중국에게도 높은 이혼율과 낮은 혼인율은 치명적이다. 이는 곧 이미 만성화된 것으로 평가되는 저출산·고령화를 촉진해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야망을 잠재우는 최대 복병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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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0~65세 인구 규모는 2023년 정점을 찍고, 2030년대 후반이면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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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는 향후 10년 내 미국 경제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왔다. 그러나 현 추세대로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된다면 금세 미국에 재역전당하거나 추월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려면 현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생산가능인구(20~65세) 감소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생산가능인구는 2023년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WSJ는 2030년대 후반이면 중국 생산가능인구가 현재의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혼율 폭등하는데…혼인율은 7년 연속 '뚝'
매일경제

17년 연속 상승세인 중국 조이혼율은 일본과 한국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래픽=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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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5였던 중국 조이혼율(1000명당 이혼 건수)은 2003년 오르기 시작해 2019년 3.4로 17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미 2010년과 2013년에 각각 일본과 한국 조이혼율을 넘어선 지 오래다. 칭화대 헝다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이혼 등록 건수는 1987년 58만건에서 지난해 373만건으로 급증했다.

이혼율이 심상치 않자 중국 당국은 이를 체제 위협 요소로까지 보고, 이혼 억제를 위해 올해 1월부터 '이혼 숙려제'( 이혼 서류 접수전 30일간 냉각기를 갖는 것)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반면 혼인율은 2014년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중국 민정부(民政部)에 따르면 중국 혼인 등록 건수는 2013년 1347만건으로 고점을 찍은 뒤 쪼그라들어 지난해 813만건으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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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구매를 위해 위장 결혼이 성행하는 현상을 풍자한 만화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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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은 급등하는데 혼인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중국 인민망은 "중국 여성들의 독립 의식이 높아진 게 심층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여성이 늘어나면서 굳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위해 결혼하려는 경우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여성의 가치관과 사회 분위기 변화도 한몫한다. 인민망에 따르면 요즘 중국 여성의 배우자 선택 기준은 성격, 능력은 물론 외모와 교양 수준까지 꼼꼼히 따질 정도로 높아졌고 사회적 인식도 이혼에 훨씬 관대해졌다.

결혼 비용 문제도 있다. 인구학자인 리젠민(李建民) 난카이대 교수는 "혼인율 저하와 결혼 비용 증가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대도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결혼한다는 건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과열도 이혼율 급등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주택 가격은 3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며 코로나19 여파에도 평균 8.7% 올랐다. 부동산에 돈이 몰리자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이혼하고 주택을 구입하는 '위장 이혼'이 기승을 부렸다. 부동산 투기용 이혼이 성행하자 중국 당국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올 들어 연이은 대책을 내놓는 모양새다.


짝 못 찾는 中남성 4천만…한 자녀 정책·남아선호 후폭풍
매일경제

지난 2015년까지 35년여간 이어진 중국 `1가정 1자녀 정책` 홍보 포스터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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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를 부추기는 중국 혼인율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기형적인 남녀 성비다. 중국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 수)는 2020년 기준 105.3으로 한국(100.4)보다 상당히 높다. 더구나 중국 성비 불균형은 젊은 층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2020 '중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25~29세는 106.7, 20~24세는 114.6에 달하고 15~19세 성비는 118.4까지 치솟는다.

이는 인구 급증을 우려한 덩샤오핑이 1980년부터 실시한 '1가구 1자녀' 정책이 중국의 남아 선호와 맞물려 낳은 결과다. 유교 잔재가 있는 중국에서 자식을 하나밖에 낳을 수 없다 보니 자연스레 남아가 선호됐다. 특히 노동력이 필요한 농촌에서 남아 선호가 더 두드러졌다. 과거 중국에서 여자 영아가 출산 직후 유기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났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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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리얼돌 소비시장 규모는 2016년 이후 매년 평균 약 30%씩 성장해왔다 [사진=펑파이(澎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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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2016년 35년 만에 해당 정책을 폐지하고 2자녀까지 허용했다지만, 통계는 1가구 1자녀 정책의 후유증은 이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2자녀 허용의 효과를 본 해는 실시 첫해뿐으로, 2017년 이후 중국 출생인구는 계속 줄어들어왔으며 감소폭도 매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결혼적령기 중국 남성은 여성보다 약 3500만명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여성 사회학자 리인허(李銀河) 교수는 "2050년께 35~59세 중국 남성 약 4000만명은 영원히 반려자를 못 찾을 것"이라며 "그때쯤이면 성인용 로봇이나 가상 성관계도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리얼돌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리얼돌 소비시장 규모는 2016년 이후 매년 평균 약 30%씩 성장해왔다.


농촌 총각들 울리는 '3개의 산'(三大山)
매일경제

중국 남성이 결혼할때 준비해야 하는 혼수품 3가지(三大件)의 부담을 `3개의 산(三大山)`에 빗댄 만화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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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 불균형으로 여성이 귀해지자 중국 농촌 총각들은 더 울상이다. 결혼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너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춘제를 맞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농촌 남성들이 신부맞이를 위해 과중한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농촌의 성난(剩男·결혼 적령기를 지난 미혼 남성)이 결혼하기 위해서는 '혼수품 3가지(三大件)'를 갖춰야 한다. 3가지는 각각 집·차·지참금(彩禮·차이리)을 일컫는데, 그 합계액이 적게는 60만위안(약 1억40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농촌의 인당 연평균 가처분 소득이 1만7000위안(약 29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그들이 평생 벌어도 마련하기 힘든 엄청난 부담을 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3가지 혼수품이 '3개의 산(三大山)'에 비유 되기도 한다.

게다가 혼수 비용은 점점 더 불어나는 추세다. 과거에는 마을에 있는 새 집 정도로 족했다면, 요즘에는 현성(현청 소재지 도시)에 구해오는 게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참금 역시 과거 1만~2만위안(170~350만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10만위안(약 1700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설령 결혼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혼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큰 빚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아들이 있는 농민들은 자식을 결혼시키는 게 일생 목표가 돼버려 무리하게 저축을 하지만, 이 돈을 전부 혼수 비용으로 써버리고 차후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농촌 총각들이 도시로 배우자를 찾아나서기도 곤란하다. 대부분 마땅한 학력이나 기술을 갖추기 못했기 때문에 도시에 제대로 정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혼인율 감소·저출산의 그늘…한국도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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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맞아 대구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음식 만들기를 배우는 결혼 이민자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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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여러모로 한국에서도 목격되는 것이 많다. 곤두박질치는 혼인율과 출산율, 두드러지는 만혼 추세,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문제 등이 그렇다. 낮은 혼인율이 저출산으로 직결되는 점도 닮았다. 상하이 금융·법률 연구원 류위안쥐(劉遠擧)박사는 "젊은 층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혼인율이 감소하는 건 당연하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중국 혼인율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국제결혼 역시 유행하고 있는 중국은, 2010년대 이후 농촌을 중심으로 동남아 혹은 아프리카에서 신부를 데려오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국제결혼 증가와 동시에 이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매매혼, 사기결혼, 인신매매 등 부작용으로 인한 소음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4000만명 가까이 되는 남성들이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해 불만이 쌓이면 사회 안정이 크게 저해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도 가급적 용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한국 역시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성비 불균형이 심한 세대가 혼인 적령기에 접어들며 남성의 국제결혼 비중이 느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보험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최근 국제혼인 증가의 특징'에 따르면 혼인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도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은 2015년 이후 4년 연속 증가했다. 해당 보고서는 최근 한국 남성의 국제 혼인 의존도가 높아진 배경에 '결혼 기피 현상 속 성비 불균형 심화'가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또 보고서는 구조적으로 22~37세 연령대 한국인의 성비가 110을 웃돌고 있어 "한국 남성들의 국제혼인 의존도는 향후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 지적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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