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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코로나19 "힘내! 한 마디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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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기자(=제주)(pressianjeju@gmail.com)]
2019년 12월 중국 우안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발생한지 어느덧 1년 3개월이 지났다.

코로나19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우선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특성은 서로 부대끼며 살아온 이들에게는 가장 견디기 힘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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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한효심 원장 (한효심 피트니스센터 사진 오른쪽) 접촉자 김연정 대표 (에이어바웃 삼화점 봉개점 사진 왼쪽 ).ⓒ프레시안(현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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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던 지난해 12월 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일상으로 들어가 봤다.

제주시에서 피트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50대 중반 중년 여성이다. 14여년 간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 댄스 스포츠 연맹을 비롯해 각종 단체에서 왕성한 사회 활동을 이어 왔다. 특히 장애인 휠체어 댄스 대회를 유치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하루 20~3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지역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되던 당시 A씨에게도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제주시 중앙로 한라 사우나의 매점 근무자가 확진되면서 접촉자 전수 검사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A씨는 12월 17일 제주시 보건소를 찾았다. 설마 했지만 확진이었다. 즉시 119구급대에 의해 제주대학병원 음압 병실로 옮겨졌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A씨는 코로나19 확진자 4명과 함께 있었다. 평소에도 약을 먹으면 자주 토하는 체질이라 주사를 통한 치료가 시작됐다. 딱히 치료제가 없는터라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투명 비닐에 싸여 중환자실로 옮겨지기를 반복하며 더욱 강력한 약물 치료가 이어 졌다. A씨는 이때마다 세상과의 이별을 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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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일상에 대해 관련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김연정 대표 한효심 원장 김우찬 한국신장장애인연합회장)ⓒ프레시안(현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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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 가던 어느 날 카톡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언니 힘내" 순간 A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이 확진 전 접촉해 자가격리를 진행하고 있던 접촉자 B씨의 문자 메시지였다.

B씨도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B씨는 35년 간의 결혼 생활 중 처음으로 남편과 각방을 썼다. A씨의 접촉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B씨는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 동안 아내와 엄마에서 코로나19 환자로 전락했다. 제주시내에서 카페를 운영 하던 B씨는 평소 긍정적인 성격인데도 영업 시간 제한과 5인 이상 인원 제한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확진 우려에 대한 공포감은 격리 기간 내내 B씨를 괴롭혔다.

A씨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자신으로 인해 또 다른 확진자가 나오는 건 아닐까?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이 얼마나 클까? 코로나19는 인간의 마음속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답을 할 수 없어 멍하니 병실 천정만 바라봤다. 카톡 문자 메세지가 이어졌다.

"언니 괜찮아?" A씨는 힘겹게 자신의 근황을 알렸다. "응" 이후 이들은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B씨는 A씨와 접촉해 자가격리를 진행하고 있던 다른 접촉자들도 초대했다. 단톡방이 만들어진 것이다. 단톡방에 참여한 이들은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1차 진단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무증상 상태였다가 격리 해제 직전 확진되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매시간 마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에게 "힘내"라고 응원을 보냈다. A씨는 미안한 마음에 평소답지 않게 많은 말을 할수 없었다.

A씨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B씨와 접촉자들의 '응원'이 힘을 내게 했다. A씨는 입원 15일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밖을 나갈 수 없었다. 자신과 접촉해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들이 있는 병실로 들어가 함께 사투를 벌이고 싶을 만큼 좌절했다. 이후 8명 모두 완치돼 일상으로 돌아 갔지만 A씨는 이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A씨를 세상 밖으로 이끈건 이번에도 B씨 였다. 언제나 "언니 힘내"였다. B씨는 여기에 더해 자가격리자에게 지원되는 지원금을 꺼내 알아서 쓰라며 A씨에게 내밀었다. A씨의 피트니스센터가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운영을 멈춘 지 오래고 한달 넘게 치료하느라 수입이 없을 테니 생활비에 보태라는 '응원'이었다.

A씨의 얼굴엔 한동안 눈물이 흘렀다. A씨는 B씨가 건낸 여비를 들고 제주시에 있는 신장장애인협회를 찾았다. 기부자 이름 란엔 자신의 이름 대신 김연정이라고 적었다.

(사)한국신장장애인협회 제주협회 김우찬 회장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우선 두분께 감사 드린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춰 섰지만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은 멈추지 않았다"며 "두분의 미담이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이 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현창민 기자(=제주)(pressianjej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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