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1차 조사대상만 5만명…'투기'에 발목 잡힌 부동산 대책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이번 정부의 25번째이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이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총리실, 국토부 등 정부합동조사단이 수만명에 달하는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및 가족들을 대상으로 토지거래 전수조사에 돌입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여론의 불신과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까지 쏟아지면서 3기신도시 등 공공주택 개발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총리실을 주축으로 꾸려진 정부합동조사단은 전일 오후 5시께 진주 LH 본사에 도착해 본격적인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단은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과 국토부 감사관실 인력 등으로 구성됐다. LH 임직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조사해 엄중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국토부에 대한 조사도 이날부터 시작됐다. 이를 위해 변 장관도 토지소유 정보수집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본인을 포함, 출장 등 불가피한 상황에 있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직원이 토지소유 정보수집 동의서를 제출한 상황"이라며 "저부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조사단의 1차 조사대상만 무려 5만여 명에 달하는 점이다. 국토부와 LH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의 직원과 가족까지 조사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 등의 경우 정확한 가족 명단을 받아봐야겠지만 현재 본인과 가족을 포함한 조사 대상은 총 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다음주 공직자 및 가족들의 토지거래 내역을 확인해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에정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3기 신도시 매입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조사규모 확대와 수사의뢰 등으로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적발된 인원이 많다면 대규모 수사와 국민적 비난 여론으로 사실상 3기 신도시 등 정부 주택정책 추진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차명으로 매입한 부동산의 경우 조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사 기간 지연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에서는 일찌감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정부의 전수 조사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국민청원에 '발본색원'을 이유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게재되는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기 내내 부동산 문제로 발목이 잡힌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까지 '부동산의 난(亂)'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 조사 지역이 신도시 전체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어 남은 임기 내내 의혹 규명에만 매달릴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LH 비리로 공공에 대한 신뢰가 깨진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마찰이 거세질 테고 결국 공공주도 주택공급의 장점인 빠른 속도가 희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