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사라진 신입생 떠나는 졸업생㊤]추가모집에도 못 채웠다…위기의 경남 대학가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동인구 빠져나간 대학가 상권·원룸촌 ‘썰렁’

대학, 구조조정·학과 통폐합 추진 등 생존 모색

[편집자주]경남의 청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수도권 블랙홀이 ‘지방대’까지 빨아들이면서 도내 4년제 대학들이 신입생 미달로 존폐 기로에 섰다. 추가 모집이란 응급처치로는 역부족이다. 경남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일자리를 찾아 또 지역을 떠난다. 청년 순유출 규모는 나날이 커져만 간다. 지방소멸을 알리는 경고등이 대학에서 먼저 켜졌다. 경남지역 대학들이 처한 현실을 두 차례에 걸쳐 짚었다.

뉴스1

3일 오후 10시에 찾아간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에 있는 경남대 대학가. 개강을 맞아 학생들은 돌아왔지만, 텅 빈 점포들이 부쩍 늘어났다. © 뉴스1 김다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남=뉴스1) 김다솜 기자 = 3일 오후 10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교 앞. 어둠이 깔린 대학가 사이로 드문드문 네온사인이 불빛을 반짝인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 켜진 가게를 찾아 들어간다. 등교 개학으로 학생들이 돌아왔지만, 그 사이 빈 점포가 부쩍 늘었다.

집기가 모두 빠진 가게에는 ‘임대’라는 두 글자만 쓸쓸하게 남아있다. 최근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풍경이다.

“1층에서 장사하면 그나마 살아남는데…. 위로 가면 ‘전멸’이죠 전멸” 마산합포구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A씨는 많은 말을 붙이지 않았다.

창원대 원룸촌으로 꼽히는 창원 의창구 사림동. 학기 초인데도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뜸하다고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이 동네 공인중개사 B씨는 “수요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학생들이 떠난 자리를 직장인들이 대체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주변에 경남도청이 있고 한마음병원이 개원을 앞두고 있다 보니 도움이 되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유동인구가 없으니 당연한 얘기다.

뉴스1

대학가 원룸촌은 더이상 '학생'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이전부터 저렴한 집값을 선호하는 직장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었고, 이번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자취를 하지 않는 학생이 늘었다. 게다가 신입생 등록율까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 뉴스1 김다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발길이 ‘뚝’ 끊겼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서 모임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비대면 강의가 늘면서 굳이 자취할 필요를 못 느낀 학생들이 많아졌다.

대학가 불야성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 도내 4년제 사립대학 최종 등록률 ‘처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입생까지 줄었다. 대다수 도내 4년제 대학은 신입생 미달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경남 도내 4년제 대학 9곳의 추가 모집 인원은 2108명에 이른다. 추가모집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김해 인제대는 최종 등록률 79.90%로 마감됐다. 전년(98.98%)에 비해 19.08%나 떨어진 수치다. 인제대 관계자는 “인구절벽이 워낙 심각한데다 수도권 대학 선호와 맞물리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진주 한국국제대도 등록률 자체를 공개하기 꺼려했다. 한국국제대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최종 등록률이 너무 저조해서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야대와 경남대도 대학 평가가 있는 3월 말에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

창신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으로, 올해 등록률이 작년보다 1.5% 감소했다고 했다. 창신대의 작년 최종 등록률은 100%였다. 창원시 지역 규모가 크다보니 지리적 이점을 어느 정도 봤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도내 4년제 사립대학이 신입생 등록률 저조로 골머리를 앓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종승 경남교육청 대입정보센터 장학사는 저출산 문제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도내 대학 1학년생 기준으로 보면 최근 2년간 학생 수가 13만 명이나 감소했지만, 모집 인원은 1400여 명 줄었다.

김 장학사는 “예년에 비해서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 퍼센트가 조금 높다”며 “과거보다 수도권 대학 합격률이 높은 건 수도권도 역시 학생 수가 감소하다 보니 합격선이 낮아진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경남 4년제 사립대학 19학번인 C씨(22)는 “지역 대학은 본가와 가깝다는 거 말고는 메리트가 없다보니 입학하기까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다”며 “졸업 앞두고 수도권 대학 편입을 준비하거나 아직도 재수 준비를 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1

대학교 신입생 등록율을 마친 지금, 인구 절벽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 2년간 경남 도내만 해도 학생 수가 13만 명이나 줄었다. 대학도 이에 발 맞춰 모집 인원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 © 뉴스1 김다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학, 구조조정·학과 통폐합 모색…인제대 교수들 '1인 시위'

매년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다 보니 대학도 고민이 많다. 자금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고심하는 대학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제대는 학내에서 구조조정 관련 소문이 돌자 교수들이 지난달 말부터 본관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달, 구조조정 TF팀에서 작성한 관련 서류가 유출되면서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인제대 교수협의회는 아무런 소통도 없이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제대 기획처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뉴스1

지난 2월 구조조정 TFT 구성 소식을 들은 인제대 교수들은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정확한 원인 파악도 되지 않는 상황에 장기 계획도 없으면서 구조조정을 하는 건 부당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인제대 교수평의회 제공) © 뉴스1 김다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종원 인제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구조조정과 학과 인원을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이 정도로 최종 등록률이 감소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장기 계획도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도내 4년제 사립대학에서는 신입생 정원을 제대로 못 채우는 상황이다 보니 학과 통폐합은 물론이고 구조조정 이야기까지 들린다.

한 사립대학 D교수는 “다들 대놓고 구조조정, 학과 통폐합을 얘기하진 못하고 있지만 이미 학내에서는 다들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며 “그만큼 저조한 등록률이 지역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allcotton@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