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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애플 주식 1000원에 산다? 지갑 얇은 '주린이'도 뛰어든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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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 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잔돈 투자' 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다. 주식이나 펀드 투자 경험을 쌓고 싶지만, 손실이 두려운 초보 투자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당장 수익을 얻기보단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상품의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마중물 상품’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1000원으로 펀드 가입…"고객 마중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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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지난 2일 최소 가입금액을 1000원으로 낮춘 소액투자상품인 ‘잔돈펀드’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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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지난 2일 최소 가입금액을 1000원으로 낮춘 소액투자상품인 ‘잔돈펀드’를 출시했다. 온라인 자유 적립식 펀드 상품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펀드에 가입한 뒤 100원 단위로 자유롭게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다.

성낙중 하나은행 자산관리사업지원섹션팀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수익을 추구하는 초보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간접투자부터 시작하려는 고객을 모으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소액 운용 펀드를 주도한 건 핀테크 업체다. 지난해 초부터 증권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2월 모든 펀드 상품의 최소가입금액을 1000원으로 낮췄다. 사실상 서비스 전체가 투자 입문자들을 겨냥해 운영되는 셈이다.

카카오페이가 차후 출시할 모바일 주식거래 서비스(MTS)를 위한 고객을 모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 상품을 찾아 나서는 신규 투자자들을 끌어오겠다는 심산이다.

문턱을 낮추자 투자자가 모여들었다. 카카오페이의 누적 증권계좌 수는 지난해 3월 60만좌에서 지난해 12월 320만좌로 5배 이상 증가했다. 펀드 가입자 수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0만 명이다. 월간 펀드 투자 건수는 960만건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향후 출시 예정인 MTS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려 한다”며 “금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반 투자자도 소액으로 꾸준하게 투자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티끌' 모아 투자금 마련…카드 잔액 적립 상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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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액투자 시장을 선도한건 2012년 설립된 미국의 핀테크 업체 ‘에이콘스(Acorns)’다. 앱과 연동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이용하면 결제금액의 소숫점을 올림해 잔돈을 만들어 투자 계좌에 적립해준다. 사진 에이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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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결제와 연계한 ‘잔돈 투자’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카드를 쓸 때 생기는 잔돈을 은행의 예금 계좌나 증권 계좌와 연계하는 상품이다. 예컨대 5100원을 카드로 결제하면 100원은 증권 계좌로 자동 적립하는 식이다.

이는 지난 2010년 초부터 미국과 영국 등에서 등장하며 초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던 서비스 형태다. 시장을 선도한 건 2012년 설립된 미국의 핀테크 업체 ‘에이콘스(Acorns)’다. 앱과 연동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이용하면 결제금액의 소수점을 올림해 잔돈을 만든다. 이렇게 쌓인 잔돈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자동으로 투자 계좌로 이체시켜 투자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도 지난해부터 이런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2월 국내 잔돈 저축 서비스 앱 ‘티클’과 합작한 ‘티클 저금통 서비스’를 출시했다. 티클과 연동된 카드 결제에서 잔돈이 발생하면 삼성증권의 CMA 계좌에 자동으로 금액을 적립해 주식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김상수 삼성증권 디지털서비스팀장은 “이용자의 70% 넘게 투자 경험이 부족한 2030 세대일 정도로 젊은 투자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소액투자부터 시작하려는 젊은 세대를 위한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학 개미 겨냥한 소액투자 상품…1주 미만의 ‘소수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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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이 13일 출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미니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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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겨냥한 소액투자상품도 등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8월 출시한 해외주식 투자전용 모바일 앱인 ‘미니스탁’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전하지 않고 구글(알파벳), 애플 등의 미국 증시에 상장된 260개의 우량주를 1000원 단위로 주문할 수 있다. 1주에 300만원이 넘는 아마존의 주식도 1000원 단위로 매수해 소수점 단위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주식 소수점 투자가 가능한 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덕이다. 자본시장법상 1주 단위의 주식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소액투자 장려를 위해 금융당국이 예외적으로 해외주식의 ‘소수점 거래’를 허용한 것이다.

애플 등의 주식을 1000원어치씩 살 수 있는 만큼 출시 후 해외 우량주식에 관심을 갖는 젊은 투자자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서비스 출시 후 누적 이용자 수가 60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거래액은 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중 20대와 30대 이용자의 비중은 80%에 달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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