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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광일의 입] 윤석열·문재인 격렬 충돌, 두 사람의 향후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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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나라 정계에 ‘윤석열 폭탄’이 터졌다. 긍정 폭탄, 활력 폭탄인지, 정반대인지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 이것은 우리 정치 지형도를 크게 흔들어 놓을 것이다. 본인 입에서는 단 한 번도 정치의 ‘ㅈ’자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가 전격 사퇴를 앞두고 했던 발언은 모두 정치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요약하자면, 첫째 4월 서울시장 선거에 그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둘째 야권의 정당 구도와 정치 세력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셋째는 내년 3월에 치러질 대선 경쟁 구도는 어떻게 요동칠 것인가.

윤석열 총장이 사퇴를 발표하던 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겠다고 했고, 윤 총장의 사퇴를 곧바로 수용했고,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까지 수리했다. 문 대통령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윤 총장 사임을 1시간 만에 수리한 것은 문 대통령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갈 테면 가라, 나도 내 갈 길을 가겠다, 그런 뜻이다. 이제 문재인과 윤석열, 윤석열과 문재인, ‘선출된 권력’과 ‘임명된 공직자’였던 그들은 본인들이 의도했든 아니든 정치적으로 정반대 쪽에 서 있게 됐다. 이것이 향후 두 사람의 운명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지 두고 봐야 한다. 만약 윤 총장이 대권 주자가 되고, 청와대 입성까지 성공한다면, 윤석열·문재인 두 사람 관계는 더 격렬하게 충돌할 수도 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이 논평을 냈다.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필요하다면 윤 총장과 힘을 합치겠다.” 민주당, 국민의힘, 양쪽의 반응조차 극명하게 엇갈린다.

윤 총장이 물러나는 명분은 논리적으로 이렇게 전개된다. “그동안 업무를 수행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 그러나 현 정권은 검찰의 공정한 업무 수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밖으로 나가서 바로 잡으려는 것이다.” 이어서 이런 소회가 나왔다.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검찰 수장으로서, 즉 고위 공직자로서 해야 할 일은 여기까지, 라는 뜻이다. 그래서 검찰 밖으로 나가서 바로잡겠다 했다. 곧 본격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윤 총장 발언 중에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 이것은 누가 들어도 명백하고 단호한 ‘반(反) 문재인 선언’, 즉 ‘반문(反文) 선언’이다. 그래서 앞으로 윤 총장은 자연스레 반 문재인 진영을 결집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그가 대구에서 검사들 앞에서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윤 총장 측근 인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윤 총장이 일주일 전쯤 사퇴 결심을 굳혔고, 여권의 수사청 강행이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 윤 총장 사퇴는 일차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온 검찰을 해체하고 법치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퇴 타이밍이 절묘하게도 이른바 ‘윤석열 방지법’을 피해갈 수 있게 했다. 공직자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여권이 마련하고 있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무마시킬 수 있게 됐다. 다음 대선은 내년 3월9일에 있는데, 윤 총장이 사표를 낸 3월4일은 그로부터 역산해서 ‘1년하고도 5일 전(前)’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윤 총장은 어떤 행보를 할까. 어떤 주변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당분간은 국민 시야에서 사라지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인사도 있다. “윤 총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범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등 빨리 움직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 양쪽 전망이 다 있다. 당분간 칩거와 은둔의 시간을 갖고 향후 움직임을 조직적으로 세력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도 있고, 아니면 곧바로 서울시장 선거판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 범야권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식도 거론된다.

혹은 윤 총장이 적극적인 언론 인터뷰,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對) 국민 메시지를 계속 발표할 수도 있다. 구태여 야권 후보를 직접 지원하지 않더라도 정권 비위를 밝혀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때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정권 비위의 구체적 내용이 추가로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검찰총장은 현 정권이 결코 공개하고 싶지 않은 비리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이제 완전한 자연인 신분으로 공격을 시작할 때 정권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윤 총장이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든, 서울시장 선거를 여가 이기든 야가 이기든 판세는 요동칠 것이다. 즉 대선 경쟁 구도와 정계 재편 움직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치권에 ‘윤석열 폭탄’이 터졌다고 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착잡하다” “합리적 경쟁을 하자.” 이 두 가지다. 비교적 온건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사 입장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가, 더군다나 자신이 연루됐던 여러 형사 사건의 내막을 소상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 본격 무대인 “대선 링 위”에 올라온 것이다. 그래서 착잡할 것이다. 민주당은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무책임한 사퇴, 국민은 실망할 것”이라고 했고, 노웅래 최고위원은 “피해자 코스프레”, “야당발 기획 사퇴”, “정치 검찰의 끝판왕”이라고 했다.

검찰은 조남관 대검 차장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한다. 조 직무대행은 워낙 친(親)정권 검사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번에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한발 물러나달라는 글을 올리며 반기를 든 적이 있기 때문에 일단 청와대의 미운털이 박혀 있다고 봐야 한다. 조만간 차기 총장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 국민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 ‘울산시장 선거공작 및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 등등 집권 세력의 정권 비위와 관련된 수사가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사법 시스템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한번 수사가 시작된 사건은 모든 근거와 증거들이 정식 절차와 문건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어느 날 땅속으로 사라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속도 조절은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크게 보면, 윤석열 총장이 제 발로 걸어 나간 것 같지만, 그동안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온 검찰 수장 윤석열을 찍어내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해온 문 정권이 마침내 그를 축출한 것이나 같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사설은 이렇게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정권의 불법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을 인사권을 이용해 공중 분해시켰다. 피의자가 수사관을 몰아내는 초유의 직권 남용이었다.” 그렇다. 피의자가 수사관을 몰아낸, 처음 보는 직권 남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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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서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의 절대적인 성원 속에 2년4개월 동안 진행해왔던 ‘김광일의입’ 방송을 잠시 멈추려고 합니다. 오는 3월8일부터 ’11시 김광일 쇼'로, 완전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김광일의입’ 방송은 제가 카메라 앞에 서기는 했지만, 사실은 제작진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방송이었습니다. 박은주 국장, 이경신 팀장, 곽재순 PD, 이신태 PD, 김주연 PD, 신소현 PD, 이 분들의 이름을 여기 기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송 출범 초기에 큰 힘을 보탰던 강경희 논설위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분에 넘치는 응원을 해주신 애청자 여러분, 여러분이 저희의 ‘존재 이유’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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