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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글로벌 물가 상승 속 커지는 인플레 압력… 통화정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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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보급 이후 경기회복 기대

국제식량가격 9개월째 상승

국제유가도 급등세 이어가

국내 소비자물가 1%대 올라

이주열 “물가상승 더 지켜봐야”

경기 우려 금리 올리기 어려워

세계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이후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물가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세고, 한국의 국채 금리 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은 당장 기준금리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이 먼저 반응하며 주식시장 불안감은 커지는 형국이다.

7일 한국은행 국제종합팀은 ‘국제경제리뷰’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1월 이후 백신보급 소식이 구체화되면서 집단면역 달성과 함께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증대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1회 이상 접종을 마쳤고, 여타 선진국 중에서는 영국(30.2%), 미국(15.5%)이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선진국의 경우 금년 말쯤 대부분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 접종과 함께 미국 등 선진국은 금년 2분기를 지나면서 경기 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감소로 누적된 가계저축이 소비로 전환될 경우 경기회복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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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마닐라 외곽의 빌라모르 공군기지에 4일 도착한 코백스 공급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물량이 운반되는 모습. 마닐라=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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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회복 기대감과 함께 글로벌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국제 식량가격은 9개월 연속 오름세고,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26달러(3.5%) 급등한 배럴당 66.09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4.2% 치솟은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 물가도 다르지 않다.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대파 가격이 한 단에 6000원대까지 올랐다. 지난해 동기 대비 3배가량 비싸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높다. 작황부진이라고는 하지만 농축수산물은 2011년 2월(17.1%) 이후 가장 높은 16.2%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1.3%로 0.3%포인트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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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채소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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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기대감과 물가 상승은 금리 상승에 대한 전망을 키우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아직은 금리 인상을 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리 동결을 발표한 뒤,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물가 상승이) 지속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역시 4일(현지시간)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으나 일시적일 것이며 참을성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에도 금리 상승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 금리 상승이 아니라,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클 시몰랸스키 미 연준 수석 경제학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 변화보다는 통화 정책의 예상 경로 변화에 따른 정보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엄형준·김희원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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