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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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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선거 '약발' 미미한 與 가덕도·국정원 사찰 카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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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이 통과된 직후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4ㆍ7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불리한 판세를 가덕도 신공항 카드로 뒤집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무리해서 ‘올인’한 가덕도 신공항의 득표 효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특별법 통과 이후 김영춘 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졌다. 민주당이 기대한 '가덕도 약발', 왜 없을까.

박형준 47%, 김영춘 29%… 격차 더 벌어졌다

한국일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최종 확정됐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춘 민주당 후보,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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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가 YTNㆍ부산일보 의뢰로 지난달 27, 28일 실시한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 박 후보가 47.6%의 지지율로 김 후보(29.9%)를 앞섰다. 직전 조사(1월 31, 2월 1일)에선 박 후보(42.5%)가 김 후보(28.0%)보다 14.5%포인트 앞서 있었는데, 한 달 만에 차이가 17.7%포인트로 커진 것이다. 국제신문ㆍ리서치뷰의 지난달 27, 28일 조사에서도 박 후보(47.4%)가 김 후보(34.6%)에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가덕도를 방문해 “가덕도 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주문하고, 하루 만에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음에도 부산 민심이 열광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부산을 방문한 민주당의 한 의원도 7일 “현장 분위기가 달라졌을 거라고 봤는데, 그렇지는 않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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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여야 후보 가상 양자 대결 지지율.


'주인' 없는 가덕도 이슈… “판세 뒤집을 사안 아니다”


여권이 기대한 가덕도 신공항 효과가 제한적인 건 이를테면 ‘3무(無) 공약’이기 때문이다. ①민주당에 저작권이 없고 ②여야 사이에 이견이 없으며, 이 때문에 ③이슈 확장성이 없다는 얘기다.

과거 지역 공약이 선거 판세를 바꾼 사례와 비교해 보자. 2002년 여당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꺼낸 ‘행정수도 이전’은 대번에 선거판을 흔들었다. 야당인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했고, 행정수도 이전의 충청권 득표 효과를 노 전 대통령이 독식했다. 찬반 논란이 격렬해질수록 충청권 민심이 노 전 대통령에게 쏠렸다.

가덕도 신공항은 다르다. 2006년 노 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을 처음 거론한 이후 국민의힘도 줄곧 찬성이었다. 민주당이 특별법 처리를 주도한 건 사실이나, 국민의힘도 대구ㆍ경북(TK)의 반발을 무릅쓰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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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김영춘-박인영-변성완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후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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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가덕도 신공항은 10년 이상 해묵은 이슈인데다, 여야 모두 적극적이었기에 누구의 전유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분권 같은 거대담론이 더해지며 사안의 폭발력이 커졌지만, 신공항은 그 정도로 논쟁적 이슈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지난달 27, 28일 YTNㆍ부산일보ㆍ리얼미터 조사에서 부산시의 중점 현안으로 ‘신공항 추진’을 꼽은 응답자는 13.3%였다. ‘민생경제 활성화’(42.2%), ‘부동산 활성화’(16.0%)에 이은 3위에 그쳤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부산시민들이 보기에 사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야 착공할 수 있는 가덕도 신공항은 아직 ‘어음’에 불과하다”며 “부산시장 보궐선거보다는 차기 대선을 노린 장기 과제의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유효타 없는 與 ‘박형준 사찰’ 의혹… “오히려 역풍 맞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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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인천 남동구청장 임기 당시 국정원의 사찰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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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또 다른 부산시장 선거 반전 카드로 꼽히는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 사찰 의혹’ 또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박 후보가 2009년 하반기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점을 거론하며, “(정무수석실이) 사찰 문건 배포처로 확인된 만큼 박 후보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소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은 박 후보와 당시 국정원 사찰 간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부산에선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12년 전 사건을 끄집어내 정치 공작에 나섰다’는 기류가 적잖다”고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사안의 파괴력도 떨어지고 물증도 없어 부산 민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의혹 공세를 계속 하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행 ‘야권 우세’ 구도가 지속되면 50대 이상 보수층의 결집도가 낮아지며 투표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야권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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