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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LH 땅투기에 커지는 공공불신… "민간 공급 확대하고 택지개발방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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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사전 땅 투기 의혹이 확산하면서 주택 공급을 민간 주도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발표한 2·4 공급 대책엔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개발 방식이 강조돼 있지만, 공공을 믿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정보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택지지구를 지정하고 단기간에 개발에 나서는 방식을 이젠 바꿔야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보가 두루 공개된 상황에서 택지지구 개발에 나서야 투기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선비즈

LH 대책 발표 위해 모인 홍남기 부총리와 관계장관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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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무관용 원칙에 따를 것이라고 엄포를 놨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같은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처벌 기준이나 제재기준을 좀더 명확히 하고 제재 수위를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투기 이익에 3∼5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택지지구 지정이나 보상 업무와 관련된 직을 맡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관계자는 땅 매입하지 못하게끔 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투기를 막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강화만으로는 ‘걸리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도덕적 해이를 가로막을 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은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꼴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본인이나 직계가족 명의로 땅을 사고 부당 이익을 얻지 못하게끔 한다고 해도 동창 등 명의를 빌려서라도 할 수 있는 것이 투기"라면서 "규제만 강화한다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정보 폐쇄성 ▲국가 주도 ▲공공 이익을 위한 사유재산 일정 부분 희생이라는 대전제를 깔고 있는 지금의 주택 공급 시스템 근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공공 주도 주택 공급보다는 민간 주도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공공은 제대로 된 주거환경을 갖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 등에 집중하고, 그 외 주택 분양을 포함한 공급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나서도록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재개발, 재건축을 나설 때 공공이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이 주축이었던 2·4 대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에서 민간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에 LH가 나서지만 이것이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옥죄는 결과로 이어지면 안된다"고 했다. 이어 권 교수는 "주택 공급 만큼이나 주거복지도 중요한 개념이다. 그런데 주택 공급을 자꾸 공공이 주도한다는 틀에 박혀 있다보니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공개 상황에서 택지 지구를 지정하고 토지수용과 보상에 나서는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보를 공개하고 토지주를 하나하나 설득하는 선진국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고속 성장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선 사유재산 행사가 일부 제약받을 수 있다는 논리에 큰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이 논리를 따르다보니 미공개 정보로 땅 투자에 나서 이익을 보는 이들과 실제 땅을 가지고 있다가 기대에 턱없이 모자라는 보상을 받는 땅 소유주가 모두 생겼다. 과거 고속 성장기엔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이젠 선진국 반열에 이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심교언 교수는 "1970~1980년대에나 일어날 법한 땅 투기 문제가 다시 벌어진 것을 보면 토지수용에 관한 시스템에서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재차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땅 주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추진하는 토지 수용과 현금청산 제도는 우리가 선진국이 되면서 없어졌어야 할 제도였다"고 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단기간에 추진하는 신도시 개발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우리는 과거 압축적 성장 경험으로 인해 이런 비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갖고 있었지만 이젠 바꿀 때도 됐다"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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