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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日 “후쿠시마산 식품 거부감 사상 최저”… 수입요구 줄어들까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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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방사성 물질인 세슘 기준치를 초과한 우럭.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약 8.8km 떨어진 지점에서 잡혔다. NHK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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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지인 일본 후쿠시마현산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조사 이래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를 진행한 일본 소비자청은 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 발생 10년이 지난 지금 사고 당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자연소멸과 안정성 확보가 이같은 결과를 낸 것으로 봤다.

앞서 NHK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일대에서 생산·재배된 식품은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을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표본조사에 따른 것으로 생산된 모든 식품에 대해 오염도 측정 등은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달 22일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기준치를 무려 5배 넘게 초과한 방사능 우럭이 잡히는 등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국제적 척도로 볼 때 가장 심각 단계인 ‘레벨7’로 잠정 평가되고 있다. 이는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이어 2번째로 지금도 매일 170t에 달하는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건물에서 1시간 안에 사망에 이르는 초강력 방사선이 방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후 긴 시간이 지나고 제염 작업이 진행됐다곤 하지만 원전 인근 지역은 피폭 우려로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또 원전에서 약 200km 떨어진 곳에서 채취한 버섯에서 기준치를 5배 초과한 세슘이 검출돼 전량 폐기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원전 사고에서 촉발된 오염이 동일본 일대에 광범위하게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일본 당국은 방사성 물질의 자연소멸을 언급했지만 누출된 방사성 물질 중 세슘137의 ‘반감기’(방사성 물질이 자연 붕괴해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는 30년에 달한다.

이러한 가운데 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청이 후쿠시마산 식품을 주로 소비하는 도쿄, 아이치, 오사카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청이 20~60대 남녀 51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인터넷 설문)에서 ‘구매를 망설인다’는 응답은 8.1%로 조사 이래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 때보다 2.6%포인트 감소한 수치이며 처음 10%를 밑돌았다. 사고 발생 직후는 19.4%였다.

후쿠시마현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낮은 곳은 원전 인근에 위치한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본 당국은 후쿠시마 식품의 방사성 세슘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도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를 ‘비과학적’이라고 반박하며 끈질기게 수입을 요구한다.

또 오는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2011년 대지진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부흥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의 복구를 전담하는 일본 부흥청의 수장인 히라사와 카츠에이 부흥대신은 지난 4일 주한일본대사관이 한국 언론을 상대로 진행한 온라인설명회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후쿠시마를 방문하고 지역 농산물을 소비해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쿠시마현은 농림수산물에 대해 출하 전 철저한 모니터링 검사를 해 결과를 공표하고 만에 하나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시장에 절대 유통하지 않는 조처를 하고 있다”라며 “최근 방사성 기준치를 초과한 식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준치를 초과한 우럭이 잡힌 대해선 ‘이례적인 사례’라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후쿠시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심리적 불안감에서 소비자가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웃 나라이자 우호국인 한국 또한 그러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인명과 재산, 그리고 환경오염이라는 대재앙의 상처에서 벗어나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방사능 오염 우려로 일본 내에서도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식품의 수입을 다른 나라에 요구하는 건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거부감이 크게 줄어든 만큼 현지에서 더욱 활발한 소비를 촉진하는 건 어떨까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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