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대출 규제 불안감에… 영끌·빚투족 막차 수요 몰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이달 4일만에 1조 급증

세계일보

모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주식시장이 주춤하고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한풀 꺾이는 듯 했던 신용대출의 수요가 3월 들어 다시 폭증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여전히 횡보하고 있으나 이달 중순으로 예고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에 앞서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6조2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말 잔액이 135조1683억원이었으니 불과 3월 들어 불과 4영업일 만에 1조326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새해 들어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1월 코스피지수가 32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1월 한달동안 1조5909억원이나 늘어났다.

그러나 2월 들어 타오르던 주식시장의 열기가 다소 주춤해지고, 대출 금리도 상승하면서 신용대출 수요도 줄어들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지난 2월말엔 전월 대비 707원 줄어들며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대로 줄어드는 듯 했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 열풍이 3월 들어 또다시 달라지는 분위기다. 3월의 첫 영업일이었던 2일에만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6746억원 늘며 증가세로 전환했고, 4영업일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1월 전체 늘어난 수치가 1조5000억원 가량임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처럼 신용대출이 3월 들어 폭증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중순쯤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일괄 적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DSR는 대출 심사 시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로,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기관별 평균 규제였던 DSR 규제를 개인 차주별 DSR 40% 적용 방식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금융위는 규제 시행 이전에 받은 대출에 대해서는 새 제도를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규제 이후 대출이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움직임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도 금융당국이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40% 규제를 발표하자 대출 막차수요가 몰리면서 1조5000억원 이상의 신용대출이 늘어나기도 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나 서민층 등 피해가 큰 계층의 자금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신용대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미리 대출을 받는 고객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