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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올해 방위비 상승률 13.9% 어떻게 계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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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방비·인건비 증가율 더한 수치"

"한국인 근로자 처우 개선, 최대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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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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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21년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기존 대비 13.9% 상승한 1조 1833억원을 부담하게 됐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한국 측이 제시한 13.6%를 상회하는 상승률이자,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1994년 2차 협정 18.2%, 2002년 5차 협정 25.7%) 외교부는 13.9%라는 수치가 도출된 데 대해 2020년도 국방비 증가율(7.4%)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증액분(6.5%)를 합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중 인건비 증액분은 기존에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중 최소 75%를 한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불하던 것을 87%로 확대한 데 따른 결과다. 즉 인건비에 소요되는 비용이 늘어난 만큼 한국 측의 전체 분담금 역시 상승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또 이번 협상에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사태를 막기 위해 협정 공백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한 제도적 개선은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라고 자평했다. 또 “인건비의 85%까지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급토록 의무화했고 추가 2%포인트에 대해선 지급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년 전엔 "인건비 비율 늘어도 분담금 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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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21년 기존 대비 13.9% 오른 1조1833억원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13.9%는 국방비증가율에 더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증액분을 합산한 수치다. 사진은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CPT)이 시작된 8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주차된 미군 차량.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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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담금의 인건비 최저 배정 비율을 70%에서 75%로 올린 지난 10차 SMA 당시(2019년 2월) 외교부의 설명은 지금과 달랐다. 당시 협상팀 소속 당국자는 “(인건비 배정 비율이 늘었다고 해서) 분담금 총액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내는 분담금이 한국인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더 많이 지출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국이 낼 총액을 먼저 정한 뒤 그 안에서 한국인 근로자 임금으로 얼마나 지출할지의 문제이지, 이를 따로 추가해 총액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이 설명대로라면 올해 분담금을 13.9% 인상하며, 그 근거로 6.5%의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을 제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 때 실무선에서 합의했던 13.6%보다 0.3% 늘어난 인상률에 합의한 데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인 근로자 처우 개선 관련)제도 개선에 많은 중점을 뒀다. 이를 명문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방위비 협상'인데 '근로자 처우'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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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대사는 10일 분담금 협정 결과 발표 영상을 통해 "국방비 증가율은 우리의 재정능력과 국방력을 반영하고 국회 심의 통해 확정되면 국민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뢰할만한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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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협정 공백으로 초유의 주한미군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국인 근로자의 처우 보장이 더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이 방위비를 분담하는 주된 목적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통해 연합 방위력 제고인데, 그보다 근로자 처우를 더 우선시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는 본말전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는 동맹이라는 특성을 우선시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건비의 경우 부담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등을 놓고 다투는 것은 한ㆍ미 동맹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적절한 접근법은 아닌 것 같다”며 “특히 한국인이라 해도 주한미군 근로자라면 한국이 아닌 미국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은 한ㆍ미가 동맹이라는 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각”이라고 말했다.



국방비·인건비 증가율 단순 합산



하지만 국방비와 인건비라는 전혀 다른 두 부문의 증가율을 단순히 더해 13.9%를 산출한 것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일각에선 외교부 출신 인사가 맡아오던 방위비 협상 대표를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교체한 게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3.9%를 정하고 이리저리 맞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우리는 일관된 원칙을 유지했고 일종의 공식화를 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기구매나 주한미군 규모 조정 등 다른 사안과 연계된 것이 아니냐고도 하는데, 협상하며 사안을 섞지 않았다. 오로지 공평하고 책임 있는 방위비 체계 수립을 위해 일관된 목표를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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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은 2021년 1조1833억원으로 기존 대비 13.9%가 올랐다. 사진은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기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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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인상률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결국 정부가 얻으려고 한 것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미국의 지원 등 동력을 확보하려고 많은 양보를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조차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지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확약을 받은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ㆍ미 동맹이 다른 동맹보다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주요 갈등 현안을 서둘러 해결했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ㆍ미 동맹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이는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 입장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도한 증액 요구에 뚝심있게 대응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침이 늘 계기마다 명확히 있었다는 점"이라며 "이런 문 대통령의 결심 덕분에 협상팀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에는 단호히 대응했고, 동맹이 오랜 동안 견지해온 상식의 범위 내에서 협상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한편 외교부는 협상 타결 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이례적인 방식을 택했다. 통상 새로운 SMA가 체결된 뒤에는 기자단을 상대로 협상팀 소속 당국자가 직접 백그라운드 브리핑이라는 형식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왔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번에 협상팀이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라 방역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협상장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위 당국자를 브리퍼로 내세웠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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