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의원이 23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당 첫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김한길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6.2.23/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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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과 김한길. 잠시 잊혀졌던 이름들이 대선을 1년 앞두고 다시 거론된다. 손을 잡은 사람의 이름은 '안철수'에서 '윤석열'로 바뀐 듯 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도할 야권 정계개편에 두 정치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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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동영·김한길과 '반문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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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최근 동교동계(친 김대중) 정대철 전 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정대철 전 의원은 "정동영과 통화해봐라. 윤석열과 아주 끈끈하니까"라고 말했다. 또 "김한길의 움직임을 잘 봐라. 윤석열과 문자를 주고받는 걸 직접 여러 번 봤다"고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힘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다. 거기에 정동영·김한길 전 의원이라는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보수야권 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색깔이 강한 인사들까지 포괄하는 '반문(反文) 빅텐트'를 윤 전 총장이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조 의원은 정대철 전 의원 역시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사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영수는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을 이끌어왔고, 정대철은 김대중 정부 때 ‘검사 박영수’를 대통령비서관으로 추천한 인연으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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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로 맺어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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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서울중앙지검 국회 국정감사에 국정원 대선 개입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출석했다. 그는 "국정원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예방,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8.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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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민주당의 대표가 김한길 전 의원이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증언이 있었던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당장 윤석열을 수사팀장으로 복귀시켜야 한다. 국정원장, 법무장관, 중앙지검장은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지원사격을 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사의를 표명하려 했던 윤 전 총장을 만류하며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훗날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 오른 뒤 민주평화당 대표였던 정동영 전 의원을 만나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동영, 김한길 세 사람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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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라이즈'에 나온 정동영, 김한길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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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들어 정동영·김한길 전 의원은 여의도와 멀어졌다. 두 사람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 안철수 현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손을 잡았다. 국민의당에서 안 후보의 대선출마까지 도왔다.
김 전 의원은 대선에서 안 후보가 패배한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둬 왔다. 암 투병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전주 전주병 지역구 방어에 실패한 후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두 정치인이 '윤석열 신드롬'을 타고 대선 1년 전에 다시 정치판에 이름을 올리는 모양새다. '안철수 신드롬'에 몸을 실었던 5년 전과 비슷하다. 민주당과 보수야당을 제외한 제3지대에서 공간을 만들려는 구상도 거의 같다. 손 잡은 이만 '안철수'에서 '윤석열'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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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 떨어지지만…현실적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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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길, 최명길 부부가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에서 열린 tvN '따로 또 같이'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하트를 그리고 있다. '따로 또 같이'는 부부가 '같이' 여행지로 떠나지만 취향에 따라 남편, 아내가 '따로'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부부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26년차 부부 박미선-이봉원, 5년차 부부 심이영-최원영, 7년차 부부 강성연-김가온, 24년차 부부 최명길-김한길이 출연한다. 2018.10.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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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김한길 전 의원의 이름이 윤 전 총장 주변에서 거론되는 것은 당장 긍정적인 평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당적을 여러차례 옮겨오며 선거철마다 활약해온 두 정치인의 노회한 이미지가 신선함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김한길 전 의원은 당적을 약 15번이나 옮겼다. 정동영 전 의원도 10여 차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손 잡아온 인물들도 여럿이다. 참신함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대선을 앞두고 반문 세력을 모두 규합한다는 명분을 앞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정치 신인으로 '세력'과 '정치력'이 부족한 윤 전 총장이기에 중량감있는 정치인들의 도움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측면도 있다.
조수진 의원은 "윤석열이 김한길, 정동영 등 비문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계개편 가능성도 예상된다"며 "정치권의 대표적 책사인 김한길은 제도권 바깥에서 계파, 정파, 정당과 관계없이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반문(反文)’이 고리"라고 설명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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