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 '불법출금' 수사 전담 임세진·김경목 검사 '파견 연장' 승인 거부
부장 외 수사 검사 4명 중 2명 빠지게 돼
검찰 내부 "수사하지 말라는 것"
법무부 예규에도 3개월까지 파견 가능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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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와 관련된 검찰 수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2일 수사팀 내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 온 검사 2명의 파견 연장 승인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와 관련돼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등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박 장관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자, 검찰 내부에선 "노골적인 수사 방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의 이번 조치를 놓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수원지검은 전날 김 공수처장이 공수처 검사가 아직 임명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이 지검장과 이 검사 등에 대한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수원지검 '김학의 출금 사건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에 파견돼 있는 임세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장과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 등 2명에 대한 파견 연장 승인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검사 파견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법무부령인 '검찰근무 규칙'상 직무대리 기간 1개월까지는 검찰총장의 승인으로 파견이 가능하지만 1개월을 초과하는 파견의 경우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 1월 14일 수사팀에 합류한 임 부장검사는 검찰총장의 재량으로 파견이 가능한 한 달이 지난 뒤, 지난달 법무부로부터 한 차례 파견 연장 승인을 받아 14일 파견 기간이 종료되는 상황이다.
김 검사는 원래 수원지검 소속 검사였지만 수사팀 합류 일주일 만에 부산지검으로 발령이 나 파견 형태로 수사를 해왔다.
법무부가 검사 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 말 제정한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지침'상으로도 두 사람에 대한 추가 파견은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침 제2조(검사 파견 및 직무대리 원칙) 2항은 '검사 직무대리의 최장 기한은 3개월로 하고, 3개월을 초과하는 검사 직무대리 발령은 해당 직무의 내용, 검찰청별 인력 사정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수사의 규모나 난이도, 중요성에 따라 3개월은 물론 그 이상의 파견 근무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
하지만 박 장관은 '다른 검사로 대체가 불가능한 인력'이라는 수원지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전날 두 사람에 대한 파견 연장 승인을 불허했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이 법무부와 협의 없이 파견 명령을 한 뒤 계속 갱신하려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원지검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불법적인 출국금지'와 '수사 외압' 투트랙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팀장인 이 부장검사 외 4명의 검사 중 2명씩 각각의 트랙 수사를 맡고 있다.
임 부장검사와 김 검사는 이중 '불법출금'과 관련된 수사를 맡아 각각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를 담당해왔다.
수사팀은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차 본부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와 4차례 소환조사를 마친 이 검사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검토해왔다.
이 검사의 경우 공수처법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 주체를 공수처로 규정한 상황에서, 이첩 전 다른 수사기관이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위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원지검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지만, 다시 사건이 검찰로 재이첩된 만큼 수사팀으로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될 시점이다.
더군다나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추가 소환조사에 불응해오던 차 본부장이 오는 16일 소환조사에 응하기로 해 추가 조사 일정이 잡힌 상황에서 그동안 차 본부장을 수사해온 임 부장검사가 14일 파견 기간이 종료돼 조사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이처럼 수사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시점에서 박 장관이 '불법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사 2명을 모두 빼버린 셈이다.
현직 검사 A씨는 "(장관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할 줄은 몰랐다"며 "사건이 공수처로 넘어가면서 수사 강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무산돼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본인들도 분명히 이 검사나 차 본부장의 당시 조치에 형사처벌 대상이 될 만한 불법이 있었다는 걸 아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검사 B씨는 "대놓고 말만 안 했지 사실상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며 "몇 달간 수사해온 검사들을 제일 중요한 시기에 수사팀에서 빼내서, 그 동안의 수사 경과를 생판 모르는 검사들이 다시 사건기록을 보고 수사를 이어가게 만든 건 누가봐도 명백한 수사 방해행위다"고 격분했다.
검사 C씨는 "이미 사건을 꿰고 있는 것과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건 천지차이"라며 "중요한 사건에서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직접 법정에 들어가 공소유지(직관)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 검사는 대검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돼 있던 지난 2019년 3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하면서 이미 2013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폭행 사건의 사건번호(중앙지검 2013년 형제 65889호)를 기재했다가, 이후 법무부에 제출한 긴급출국금지 승인요청서에는 앞서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에 기재된 사건번호 대신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라는 가짜 내사번호를 적어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는 긴급출국금지 요청에 사용될 수 없는 데다, 2019년 당시 서울동부지검 내사 1호 사건은 두 달 뒤인 같은 해 5월 30일 전혀 다른 사건에 비로소 사건번호가 생성됐다는 점에서 이 검사의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는 어느 정도 실체가 확인된 상황이다.
김 공수처장이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며 속도가 붙을 거로 예상됐던 검찰 수사는 사실상 수사팀 '해체'에 가까운 위기를 맞았다. 수원지검 내 다른 검사를 수사팀에 보강하든가, 다른 검사를 파견받아 임 부장검사와 김 검사가 맡았던 사건 수사를 맡겨야 되겠지만, 누가 수사를 이어맡게 돼더라도 수사기록을 통해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공수처 이첩'을 주장하며 검찰 소환에 불응해온 이 지검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해야 되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체 수사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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