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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커지는 인플레 ‘경고음’… 한은 ‘기준금리 인상’ 딜레마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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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이후 통화정책 고심

잇단 부양책에 유동성 크게 확대

코로나 백신에 경기회복 기대감도

실제 美 국채금리는 잇단 상승세

한은 “급격한 인플레 가능성 낮아”

완화적 통화 정책기조 유지 관측

세계일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지난 10일 서울시내의 한 은행 창구. 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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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시중에 풍부하게 늘린 유동성과 백신 보급 등으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히 휘발유 가격과 농축산식품 가격 상승세 등이 겹치면서 생활물가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물가를 잡으려면 완화적 통화정책을 버리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소비를 비롯한 전체 경기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아서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그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내다보며 완화적 통화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해 2분기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2분기부터는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14일 주간 간행물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최근 미국의 대규모의 경기부양책 추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평균인플레이션목표제(AIT) 도입을 통한 인플레이션 수용 시사 등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9000억달러(국내총생산 대비 4.3%) 규모의 재정부양책(5차)이 시행된 데 이어 이달 10일 1조9000억달러(9.1%) 규모의 추가 부양안이 의회에서 확정됐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 전망,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급격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시장금리에 내재한 기대인플레이션이 최근 상승하면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은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가 이달부터 2%대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단기적인 인플레이션은 일어날 수 있지만 지속해서 확대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우리 정부와 한은도 연준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순 있어도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한국이나 주요국들에서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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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중에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하면서부터 물가 상승은 예견된 일이었다. 한은으로선 앞으로 다가올 물가 상승을 관리하기 위해 유동성 흡수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상향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여전히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 함부로 손대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그래도 물가가 이대로 오른다면 기준금리를 올릴 유인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높아지고, 물가가 1% 정도를 넘어가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기 부양책, 백신 보급,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 등으로 미국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0.50%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 중이다.

이처럼 시장금리 상승으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도 들썩이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뛰어도 현재 대출을 보유한 전체가계가 내야 할 이자가 12조원이나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5분위 고소득층을 빼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6조6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여기에 대출금리가 1%포인트 뛰면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000억원이나 커진다는 계산도 나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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