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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내장 지방과 결합한 미세먼지, 파괴력 강해져 발병 위험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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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더 취약한 비만

봄 환절기는 미세먼지의 계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잿빛 미세먼지는 어김없이 편서풍을 타고 날아온다. 날이 따뜻해지는 3월은 고농도 미세먼지로 숨 쉬기 힘든 날이 늘어난다. 그때마다 외출을 자제하고 종일 공기청정기를 돌려도 체내로 침투하는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 몸속으로 들어온 미세먼지는 소리도, 형체도 없이 은밀하게 우리 몸을 파괴한다. 최근엔 똑같이 미세먼지에 노출됐어도 뚱뚱할수록 건강관리에 부정적이라는 보고가 나왔다. 비만일수록 더 치명적인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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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뱃살은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체내 염증을 증폭하는 기폭제다. 숨을 쉴 때 코를 통해 들어온 미세먼지는 폐를 거쳐 혈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전신으로 퍼진다. 이렇게 침투한 미세먼지는 폐·혈관·간·콩팥 등 신체 곳곳에 염증을 만들어내면서 흔적을 남긴다. 문제는 누구나 미세먼지에 동일하게 노출되지만 사람마다 감당해야 하는 건강 위해성은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비만일수록 미세먼지의 체내 파급력은 강력해진다. 국립암센터 암빅데이터센터 김현진 박사는 “미세먼지가 뱃살의 내장 지방과 결합해 체내 염증의 강도가 더 세진다”고 경고했다.

비만도 높을수록 미세먼지 파급력 커

왜 그럴까. 볼록 튀어나온 배는 미세먼지의 공격 효과를 강화한다. 원인은 뱃살 그 자체에 있다. 복부에 집중적으로 쌓인 내장 비만은 만성 염증 저장고다. 특히 장기 내부나 장기와 장기 사이 공간에 축적된 내장 지방은 렙틴·인터루킨6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지속해서 분비해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지방을 더 쌓이게 만들어 해롭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황산염·질산염 등 대기 오염 물질에 납·카드뮴 등 중금속이 섞인 미세먼지를 흡입하면서 불이 기름을 만나면 더 잘 타오르는 것처럼 염증 반응이 강력해져 병적 변화가 가속한다”고 말했다.

이를 확인한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 국립암센터 김현진 박사팀은 2006~2014년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성인 남성 1417명을 대상으로 복부 비만 수준에 따른 대기오염과 고혈압의 연관성을 살폈다. 그 결과 복부 비만인 경우에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고혈압 위험이 더 컸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약 10μg/㎥ 증가하면 수축기 140㎜Hg 또는 이완기 90㎜Hg 이상인 고혈압 가능성이 약 1.3배 증가했다. 그러나 단면적 200㎠를 초과하는 복부 내장 지방을 가진 사람은 약 1.7배 더 늘어났다. 100㎠ 이하에서는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혈관뿐만이 아니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고 가벼울수록 체내 깊숙이 이동한다. 코로 흡입한 미세먼지는 1분 만에 폐를 거쳐 혈관으로 침투한다. 간·방광·뇌 등에서 미세먼지를 발견했다는 보고도 있다. 미세먼지가 온몸을 순환하면서 건강상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비만도가 높을수록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발병 위험이 커지는 질환은 다양하다. 서울대병원·가천대병원 등에서 추가로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복부 비만인 사람은 미세먼지에 똑같이 노출됐더라도 폐활량이 10%가량 더 감소했다. 혈관에 나쁜(LDL) 콜레스테롤도 더 많이 쌓이고, 간·콩팥 기능도 더 나빠졌다. 인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갑상샘호르몬은 물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 기능을 떨어뜨린다. 가천대병원 예방의학과 최윤형 교수는 “미세먼지는 몸속 무법자”라며 “미세먼지가 침투한 곳을 따라 산화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면서 전신 염증으로 신체 노화가 빨라져 당뇨병 등 각종 질환이 발병하기 쉽다”고 말했다.

전신 방어력 강화로 미세먼지에 대응

미세먼지 방어력을 키우려면 두툼한 뱃살부터 빼야 한다. 그래야 피하기 힘든 미세먼지가 뱃살과 결합해 체내 염증 반응이 심해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미세먼지의 공격력을 당장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신 방어력을 키워 내 몸을 지키는 것이다.

뱃살은 무조건 식사량을 줄인다고 빠지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먹는 양을 급격하게 줄이면 공복감을 견디지 못하고 폭식하기 쉽다. 몸에서도 굶어서 뺀 지방을 보충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배가 더 나온다. 몸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인 기초대사량까지 줄어 뱃살을 빼는 데 불리한 체질로 바뀐다. 강재헌 교수는 “매 끼니 밥 반 공기씩 줄이는 방식으로 조금씩 덜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산소 운동도 필수다. 산책, 빠르게 걷기, 줄넘기처럼 크게 힘들지 않고 장시간 지속해서 몸을 움직여 지방을 소모해 뱃살을 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운동 강도다. 스스로 심장박동이 빨라졌다고 느껴질 만큼 움직여야 뱃살을 뺄 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도 운동은 긍정적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이 미세먼지와 운동의 연관성을 분석했더니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도 주 3~5회 운동을 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은 9~12%, 뇌졸중 위험도는 30~48% 줄었다. 다만 미세먼지 흡입량을 줄이기 위해 실내에서 평소보다 가볍게 운동하길 권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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