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각 정당의 대표들이 아이들이 낸 퀴즈를 맞추고 있다. 오른쪽은 마르크 루테 총리. NOS 보도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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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차현정 통신원) = 네덜란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15일(현지시간) 국회의원 총선거에 돌입했다. 하원의원 150명을 뽑는 이번 선거는 오는 17일까지 치러진다. 공식적으로 허용된 선거 유세 마지막 날인 일요일 저녁, 각 정당 대표들은 조금 독특한 행보로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선거의 큰 손은 투표권 없는 어린이들: 지난 14일 저녁 7시. 대부분의 네덜란드 가정은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삼삼오오 TV 앞에 앉았다. 네덜란드의 대표 어린이 뉴스 채널 NOS 유드저널에서 마련한 선거 특별방송을 보기 위해서다.
각 정당 대표들은 선거 유세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어린이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선거권이 없는 어린이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 되는 것이 네덜란드의 선거 문화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고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네덜란드의 정치인들은 어린이들의 여론에도 민감하게 귀 기울이고 있다.
네덜란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미 선거 한 달 전부터 선거 교육은 물론, 미리 마련된 어린이 선거 안내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 체험 교육을 해왔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부터 여러 차례 웹사이트에 접속해 게임하듯 정치 성향 분석 문항을 따라가면 나와 맞는 정당을 골라주는 것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정책을 쉽게 설명해 주는 특화된 선거 교육이 이뤄졌다.
어린이들이 실제 유권자의 입장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정책을 살펴보며 나와 맞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웹사이트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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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는 녹색당을 지지해요. 아빠는 어느 당에 투표하실 건가요?": 에인트호번에 사는 나오미(7)는 어린이 투표 웹사이트를 꼼꼼히 읽고 각 정당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확인한 뒤 정치 성향 문항에 따라 자신의 평소 생각은 녹색당의 정책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녹색당에서는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고 전기차 개발에 도움 되는 정책을 만들잖아요. 그리고 동물들의 권리에 앞장서고 있어요. 나는 녹색당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아빠 엄마도 녹색당을 뽑길 바라요."
나오미의 부모들도 아이가 관심을 갖는 당의 정책에 대해 가족회의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설명을 하면서 녹색당을 예전보다 친근하게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네덜란드 매체들은 이번 선거의 마지막 공식 유세 일정을 어린이 프로그램 출연으로 꼽은 것은 코로나 봉쇄로 통금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걸맞은 결정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예능 채널을 보듯 즐겁게 구성한 프로그램이 똑똑한 선거 홍보 수단이자 미래의 유권자인 어린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마르크 루테 총리는 빌리 아이리시를 잘 알고 있나…생방송 빙고 퀴즈 참여 어린이만 1만 명: "이 사진의 어린이는 누구일까요?"
앵커의 엉뚱한 질문에 방청객에 앉은 어린이들은 정당 대표들의 얼굴을 사진과 번갈아 보며 퀴즈 답을 맞히기 바빴고, 정당 대표들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어릴 때 어떤 과목의 학습을 좋아했는지 또 쉬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가 궁금한 어린이 방청객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각 정당의 대표들은 거침없이 대답하며 미래의 유권자들과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14일 저녁 7시 네덜란드 공영 방송 NOS의 어린이 채널에서 방영된 선거 방송 중 아이들이 각 당 대표의 유세를 들으며 정책에 관련된 단어를 찾는 빙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차현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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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프로그램에서의 가장 이색적인 구성은 바로 '빙고 게임'이었다. 미리 방송 앱에서 다운받은 빙고 게임판을 놓고 각 정당 대표들이 내세운 정책과 기조를 하나씩 체크하며 맞히는 게임에는 무려 만 명의 어린이 시청자들이 인증샷을 보내며 정치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각 정당 대표들은 네덜란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틱톡 스타는 누구인지, 십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가수는 누구인지 맞히는 게임에 진땀을 흘렸지만 즐겁게 참여했고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이슈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최선을 다해 설명을 이어갔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 대표인 헤이르트 빌더르스는 기후 변화에 대한 예산 및 정책에 대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당 대표들과 반대 정책을 설명하면서 "지난해 배출가스 감소 대책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항의한 적이 있다"며 "정책은 어느 국민도 소외되어서는 안되고 국민 모두의 의견을 정치인은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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