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4차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아시아투데이 이민영 기자 =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의 재판에 정인양의 부검을 담당했던 부검의가 증인으로 출석해 “지금까지 제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를 보였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7일 살인·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장씨(35)와 양부 안모씨(37)의 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인양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부검의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이날 ‘정인양의 시신 상태가 어땠었냐’는 검찰 질문에 “2002년부터 국과수에서 일했고 지금까지 3800건 정도 부검했다”며 “지금까지 제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손상을 보였다”고 답했다.

이어 “함께 한 다른 의사 3명도 다 같은(의견이었다)”며 “(손상이 너무 심해서) 학대냐 아니냐를 구분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정인양의 얼굴 상처를 두고는 “일반적 사고로 상처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맞았을 때 자주 목격되는 손상”이라며 “머리 뒤에만 수십개 이상의 멍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인양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췌장·장간막 절단 등 복부 손상에 대해 A씨는 “복부에 강한 외력(外力)이 최소 두 번 이상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췌장 등 복강 내 손상 부위 주변에 섬유화가 진행된 흔적이 보였기 때문에 사망하기 최소 5일 전에 복부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변호인이 언급한 심폐소생 과정에서의 복부 손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A씨는 “소아는 심폐소생으로 손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양부모 측은 학대 혐의를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일부 폭행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행위가 입양 후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고, 치명적 손상은 고의가 아닌 실수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재판을 앞두고 법원 앞에는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양부모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야한다’ ‘양부를 구속하라’ 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