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백인 로버트 롱, 살인·폭행 혐의로 기소
보텀스 시장 "증오범죄 혐의까지 적용해야"
증오범죄 혐의 유죄시 최소 2년형 추가
한인 의원들 "성중독 때문이란 주장 멈춰야"
미 애틀랜타 골드스파에서 총격 사건이 난 다음날인 현지시간 17일 한 미국인 모녀가 꽃을 놓고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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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틀랜타에서 한인 4명을 포함한 8명이 희생된 총격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로버트 아론 롱(21)이 17일(현지시간) 검찰에 기소됐다. 일단은 총기 사용으로 인한 폭행과 살인 혐의다. 여기에 증오 범죄 혐의가 더해질지가 관건이다.
이날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적절한 기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용의자가 아시아계 마사지숍을 겨냥했고 실제 희생자 대부분이 아시아계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며 "증오 범죄 혐의로도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타가 있는 조지아주에선 지난해 6월 증오 범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조지아주는 증오 범죄법이 마지막까지 없던 5개 주에 속했지만, 지난해 흑인 아머드 아버리가 조깅을 하다가 백인 부자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뒤 법 제정이 속도를 냈다.
이 법에 따라 조지아주 법정에선 인종이나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 성(性), 성적 지향, 젠더, 정신적·신체적 장애를 이유로 피해자를 표적으로 삼은 범죄자에게 더 무거운 처벌을 부과할 수 있다. 강력 범죄의 경우 최소 2년 이상의 형이 추가될 수 있다.
롱은 지난 16일 경찰에 체포된 뒤 범행을 시인했지만, 인종적인 동기는 아니라고 했다. 대신 자신이 성 중독에 빠져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증오 범죄로 인한 가중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현지에선 나왔다.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17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총격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가장 강력하게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증오 범죄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도 말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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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니 브라이언트 애틀랜타 경찰서장 대행은 "수사 초기라 지금은 증오 범죄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면서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두고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이번 범죄의) 동기가 무엇이든 아시아계 미국인의 걱정을 알고 있다"면서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살인자의 동기가 무엇인지 어떤 것과도 연결 짓지 않고 있다"면서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로부터 답이 오면 더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인 정치인들은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보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메릴린 스트릭랜드(민주·워싱턴) 연방 하원의원은 희생자 대부분이 아시아 여성임을 강조하며 "우리는 인종적 동기로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동기를 경제적 불안이나 성 중독이라고 변명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태미 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분명히 하자.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집착해 그들을 쐈다”며 “우리는 이 사건을 (증오범죄가 아닌) 다른 것으로 볼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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