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뉴욕, 워싱턴 등…수천여명 시민 참가
총격범 두둔 발언 한 경찰 당국에 대한 비판도 확산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인근에서 아시아인 대상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거리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미국)=로이터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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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지난주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서 한인 4명이 사망한 이후 첫 주말동안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인 혐오를 규탄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2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총격 사건이 발생했던 애틀랜타를 비롯해 뉴욕,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워싱턴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인 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가 진행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시별로 최소 수백명, 전국에서 수천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동양인 혐오를 멈춰라"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다니며 "동양인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국계 미국인 엘리사 박은 "시위 현장에서 우리 동양인뿐만 아니라 흑인, 히스패닉 등 타 인종의 시민들도 다수 볼 수 있었다"라며 "이러한 인종 간 연대는 우리의 혐오범죄 규탄 메시지에 힘을 더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는 정치인, 연예인들도 대거 참가해 동양인 대상 증오범죄를 비판하는 발언을 내놨다. 조지아주의 첫 베트남계 미국인 의원인 비 응우옌은 이날 애틀랜타 시위에 참가해 "우리 아시아인 지역사회는 오직 슬픔과 분노만이 남아 있다"며 "이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동료 의원들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드라마 '킬링이브'의 주연으로 인지도를 얻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산드라 오도 이날 피츠버그시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가해 "동양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우리 동양인들이 연대해 혐오범죄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에모리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시아인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애틀란타(미국)=로이터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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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19일 애틀랜타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시아인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한다"며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혐오범죄 해결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애틀랜타 총격범의 범행 동기를 인종혐오가 아닌 '성 중독'으로 판단하며 총격범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경찰 당국 관계자에 대한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앞서 총격 사건을 수사하는 조지아주 체로키 카운티의 제이 베이커 보안관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총격범 스스로 '성 중독'을 범행 동기로 말했다"며 "범행 당시 그에게 매우 힘든 날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의 대표적 온라인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서 베이커 보안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되며 21일 기준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또 조지아주 상원의원인 라파엘 워녹은 이날 시위대를 대상으로한 연설에서 "이번 사건은 (성중독이 아닌) 명백한 인종혐오 범죄"라며 베이커 보안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의 피해도 극심해지면서 미국내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도 대폭 늘어났다. 미국내 동양인 대상 증오범죄를 추적하는 비영리 기관인 '스톱AAPI헤이트'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금까지 3800건이 넘는 증오범죄 신고가 접수됐다고 지난주 밝혔다. 또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이 지난해 6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동양인 중 31%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시의 주의회 의사당 건물 앞에서 시민들이 '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라'(StopAsianHate)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며 아시아인 대상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애틀란타(미국)=EPA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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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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