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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K-배터리 3인방 휘청이자 동학개미 ‘저가 매수’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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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주가가 낙폭을 키우는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들은 1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폴크스바겐 등 완성차업체의 전기차용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비롯해 중국의 테슬라 규제 강화 등 변수를 마주했지만, 개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12~19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3위에는 K-배터리 3인방으로 불리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LG화학(051910)(7124억원), 삼성SDI(006400)(3414억원), SK이노베이션(096770)(3221억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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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배터리업체 주가는 좋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지난 19일 SK이노베이션은 전날보다 3000원(1.40%) 내린 21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주 전인 12일 24만25000원에 마감한 SK이노베이션은 이후 5거래일 동안 약 12.78% 하락했다. 같은 기간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12.08%, 4.06% 내렸다.

앞서 폴크스바겐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열린 공식 행사에서 오는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해, 2030년에는 생산하는 전기차 80%에 각형 배터리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배터리 원가를 절반가량 낮춘다는 취지에서다.

폴크스바겐의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보다 중국 배터리업체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는 모양이나 기능에 따라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으로 나뉘는데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고, 중국 CATL은 각형 배터리를 주력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폴크스바겐은 LG와 SK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그동안 SK를 측면에서 지원해왔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한국 대신 중국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악재는 또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주요 기관, 기업에서 테슬라 전기차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의 30%를 중국이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LG화학 등 테슬라에 납품하는 배터리업체들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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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공장에서 전기차 ID.3가 생산되는 모습./폭스바겐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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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배터리업계를 향한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당장은 폴크스바겐의 각형배터리 비중 확대, 배터리공장 내재화 등이 국내 업체들에 부정적인 이슈인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상원 대신증권(003540)연구원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봐도 국내 업체들이 각형 생산으로 전환하면 되기 때문에 먼 미래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며 "지금의 주가 조정 국면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폴크스바겐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터리를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회사들이 잘 만든다면 그게 오히려 서프라이즈"라며 "시간을 두고 검증해봐야 하는 상황이고, 그 사이에 국내 배터리산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 배터리 수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테슬라 배터리데이 이후 단기 불확실성으로 하락한 배터리업체 주가가 다시 회복한 것도 이런 업황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이 충분히 커진 상태여서 업체 간 기술경쟁 결과에 따라 명암이 갈린다면 지금 같은 주가 흐름이 굳어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시점이 아니다"라며 "아직 4%에 불과한 전기차 시장 비중은 향후 20년간 100%에 육박할 것이고, 10년간 성장속도가 가장 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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