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달러 규모 자금세탁혐의..."20년 징역형 받을수도"
FBI 방첩국 "신병 인도해 미국서 재판한 것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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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불법 자금세탁 혐의로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북한인 문철명(55)이 워싱턴DC 법원에 출두했다. 해외에서 북한 국적자가 미국 사법당국에 신병이 인도돼 미국 법원에 출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언론들은 그가 징역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말레이시아로부터 자금세탁 혐의로 인도됐던 문씨가 이날 워싱턴DC 법원에 출두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2년간 법적 절차 끝에 문씨의 신병을 인도받았으며, 그는 미국으로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라고 강조했다.
문씨는 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공범과 함께 미국 금융시스템에 부정하게 접근하는 수법으로 150만달러(약 17억원) 규모의 자금세탁에 관여한 혐의를 가지고 있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이와함께 문씨가 미국과 유엔의 제재대상인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돼있으며, 해당 자금세탁은 북한에 사치품을 조달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문씨가 대북제재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씨와 공범들이 가명으로 된 계좌와 회사를 동원해 북한과 연관되지 않은 것처럼 거래를 조작해 미 사법당국의 적발을 피하려 했다고 거래수법도 함께 공개했다.
이어 미 법무부는 문씨가 앞서 2019년 5월14일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된 이후 제3국에 구금돼 있었으며,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기소된 건 이보다 앞선 2019년 5월2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제3국이 어디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법정에 출두한 문씨는 법원에서 간단한 심리를 받았으며, 미 연방 국선변호사를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WSJ는 그가 앞으로 몇주안에 기소될 예정이며, 약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 사법당국에서는 해외 체류중이던 북한국적자에 대한 신병 인도 및 첫 법정 출두 자체에 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문씨는 미국과 유엔이 부과한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은행을 속이고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제재 회피와 다른 국가안보 위협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법을 폭넓게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E. 쾰러 FBI 방첩국 부국장도 "FBI의 가장 큰 방첩 과제 중 하나가 해외의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고 특히 북한의 경우 그렇다"면서 "외국 당국과 FBI의 파트너십 덕분에 문씨를 미국에 데려와 재판을 받게 해 자랑스럽고 그가 향후 인도될 많은 이들 중 첫번째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당국은 문씨의 미 법원 출두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내놓진 않고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무고한 북한 주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미국에 인도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말레이시아와의 단교를 선언하고 미국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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