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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간부 갑질, 살려달라" 반복되는 경찰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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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靑 청원에 등장
또 불거진 경찰내 괴롭힘
극단적 선택 사례도
폐쇄적 조직 비판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간부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현직 경찰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게시했다. 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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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간부의 괴롭힘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간부의 지속적인 갑질과 괴롭힘으로 부하 경찰관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청원 내용 중에는 간부가 부하 경찰관에게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는 여성을 "돌로 찍어버려라"라고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도 포함됐다. 최근 경찰 내부에서는 일부 간부들의 갑질과 괴롭힘 문제가 거듭 불거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간부 갑질에 죽고싶다" 청와대 호소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경찰간부 갑질에 매일매일 분신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살려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이 작성된 경위파악에 나섰다.

해당 청원은 전남경찰청 현직 경찰관이 작성한 것으로, 간부에 의한 지속적인 괴롭힘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청원인은 자신이 하위직 경찰관이라며 갑질 피해로 건강이 악화돼 병가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6개월 동안 A경감(팀장)의 지속적이고 지능적인 괴롭힘에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 돼 너무 죽고 싶은 마음"이라며 "누군가가 (지난해) 7월 말에 공익제보 해 갑질 사건은 수면 위로 올라왔고 지방경찰청 감찰계서 조사를 해 A경감의 비위사건은 제가 진술한 내용 중 갑질 사건에 대해 다수 밝혀졌지만 나머지 비위사실은 조사조치 되지 않았다"고 했다.

청원인이 제기한 A경감의 가해내용은 다음과 같다. △후배 앞에서 선배 계급 근무자의 계급을 격하해 부름(O경장을 O순경이라 부르는 등) △팀내 후배들에게 30년 경력 선배에 대해 "무시하라" "없는 사람 취급하라" "내가 힘들게 해 쫓아버리겠다"는 등의 발언 △데이트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폭행당한 경찰관에게 "또 공집(공무집행방해)했냐"고 조롱 △민원인과 후배 앞에서 업무처리를 일일이 공개 지적 △"나이 처먹은 게 벼슬이냐" 등 공공연한 모욕 등이다.

이밖에도 A경감은 술 취한 여성 시민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후배들에게 "따라가서 돌로 찍어버려라"라고 발언하고, 지구대 팀장임에도 현장에 거의 나서지 않는 등 다수 문제가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전남경찰청은 A경감에게 경징계인 견책처분만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경찰청은 해당 사건이 지난해 처리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처리 절차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해소는 불가능? 조직 갈등 표면 위로

최근 경찰에선 갑질과 괴롭힘 사건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지난 19일엔 인천경찰청 한 경찰관도 언론을 통해 고위 간부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조직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달 들어 경찰청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경기 평택경찰서 30대 간부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C경정과 D경감에게 중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거듭되는 경찰 내 괴롭힘을 구조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간부들끼리는 소통도 활발하고 학연 지연이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서 부당한 문제가 있어도 어디다 하소연하기가 어렵다"며 "이번에 청와대 청원을 다들 보고서 문제를 느끼지만 아무도 나서서 해결하자고 말하기 어려운 폐쇄적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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