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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체스를 뒀던 트럼프, 바둑을 두는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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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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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동서양을 대표하는 두뇌게임이 체스와 바둑이다. 체스와 바둑의 승부를 가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체스는 각개전투를 통해 킹을 잡으면 승리한다. 각개격파 즉 전투에 능해야 한다. 그러나 바둑은 각개전투는 중요치 않다. 세력을 넓고 두텁게 구축해 상대를 포위해야 이기는 게임이다.

체스가 전형적인 힘겨루기라면 바둑은 전략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미국의 대중 공격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전략은 각개전투를 통해 중국을 붕괴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세력을 탄탄히 구축해 중국을 포위한 뒤 중국 스스로 붕괴토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가 체스를 두었다면 바이든은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EU, 영국, 캐나다 등 동맹을 연합해 공동으로 대중 제재를 강행, 바이든식 외교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이후 대중 제재를 한 번도 단행하지 않았다. 이는 대중 제재를 남발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사뭇 대조적이다.

이전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에게도 관세폭탄을 퍼부어 동맹과 척을 진 상태에서 대중 독자 제재를 감행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제재는 소리만 요란했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게 대부분 국제정치 평론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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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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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단행했던 대중공격은 효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굴기를 오히려 도와주는 측면이 있었다.

트럼프는 무차별 관세폭탄을 퍼부었지만 트럼프 집권기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오히려 늘었다. 트럼프는 집권 말기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집중 공격했다. 이로 인해 화웨이가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는 등 중국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같은 조치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만 도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공격법은 전혀 다르다. 각개전투는 신경 쓰지 않고 세력을 아우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동맹을 모두 연합해 한날한시에 대중 제재를 감행했다. 이는 효과적인 대중 제재로 바이든식 외교의 전형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하고 있다.

지난 18~19일 알래스카 앵커지리에서 미중 외교수장 회담이 열렸다. 미국은 회담 전에 분위기 장악 차원에서 대중 제재를 감행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동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발표시점을 22일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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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 AFP=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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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는 22일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 인권 유린 관련 중국 당국자 2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날 미국뿐 아니라 EU와 영국, 캐나다도 위구르족 인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 당국자와 단체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특히 EU는 위구르족 탄압에 관여한 중국 당국자 4명과 단체 1곳에 대한 제재를 승인했다. EU가 인권 문제와 관련 대중 제재를 한 것은 1989년 톈안먼(천안문) 사건 이후 처음이다.

EU 회원국은 모두 27개국이다. EU에 미국 캐나다 영국을 더하면 모두 30개국이 한꺼번에 대중 제재에 가담한 것이다. 이전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같이 많은 나라들이 대중 제재에 동참한 적은 없었다.

외교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전략적으로 포위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제야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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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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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EU의 대중제재 참여는 의미가 크다. 미중 패권 전쟁의 승패는 결국 EU가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기 때문이다.

EU는 그동안 미중 패권전쟁에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의 편에 섰다. 자유와 인권은 양보할 수 없는 서구의 근본 가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EU가 영원히 미국의 편에 서지는 않을 것이다. EU 또한 블록의 이익에 따라 향후 정책을 결정할 것이다.

미국이 반중 블록을 결성하자 중국도 친중 블록을 결성하고 있다. 현재 확실한 친중노선을 표방한 국가는 러시아와 북한뿐이다. 결정적으로 중국이 불리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EU를 중국으로 끌어들일 경우, 중국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처럼 전투가 아니라 포석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방식은 중국의 전매특허다. 중국이 동양의 패권국이던 시절, 중국은 전쟁보다 세력을 통해 동양의 패권을 장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중국식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중국식으로 와해시킬 수 있을까? 전세계가 지켜보는 것은 물론 '역사'도 지켜보고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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